KBSI, 극지연구소와 북극 토양 내 변화 포착

2025-07-22     이성현 기자
연구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지구온난화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북극의 땅속에서 기후변화의 미래 경로를 가늠할 수 있는 ‘분자 단서’를 발견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디지털오믹스연구부 장경순 박사가 극지연구소와 캐나다 북극 툰드라 지역에서 7년에 걸쳐 실제 현장 기반의 온난화 시뮬레이션 실험을 수행하고 토양 깊이에 따른 유기물 조성과 미생물 반응의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개방형 온도상승챔버(OTC)를 북극 툰드라 현장에 설치해 여름철 기온을 자연스럽게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약 7년간 온실 효과를 모사했다. OTC는 온실 효과를 내면서도 자연 기상 변화 조건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자연적으로 기온을 높이는 방법으로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극지 연구에 적합하다.

KBSI 오창바이오·환경연구소에 구축된 15T 초고분해능 퓨리에변환 이온사이클로트론 공명 질량분석기(FT-ICR MS)를 활용해 토양 내 수용성 유기물질(WEOM)의 조성과 반응성(분자 간 전환 가능성)을 분자 단위로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기존 방법으로는 포착이 어려운 땅속 생태계 변화 메커니즘을 정량적으로 규명했다.

이처럼 분자 조성과 전환 경로를 함께 분석한 사례는 북극 토양 생태계 연구에서 국내 최초이며 국제적으로도 드문 정밀 분석 사례에 해당한다.

특히 WEOM 분자 간의 질량 차 분석을 기반으로 ‘산화’, ‘탈아민화’, ‘메틸화’와 같은 생화학적 전환 경로를 유추하는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온난화에 따라 토양 미생물이 어떤 유기물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유기물 함량이 풍부한 지표층(0~5 cm)에서는 온난화에 따른 유기물 조성 변화가 거의 감지되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유기물이 부족한 하부 토양층(5~10 cm)에서는 온난화 조건에서 질소 농도 증가, 미생물 변환 증가, 특정 유기물질(페놀계 화합물 및 펩타이드류) 비율 변화 등이 나타나 분자 수준에서의 의미 있는 변화가 확인되었다.

특히 온난화 조건에서 무기층 WEOM의 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특히 고불포화 페놀계 화합물(HUP) 및 펩타이드 유사 화합물의 비율이 높아져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 및 질소 순환이 촉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장기간 온실효과에 의해 식물 지상부 및 뿌리 생장 촉진으로 인해 근권(Rhizosphere)이 확장되면서 일부 미생물 군집이 하부 토양층에서 활성화되었고, 미생물과 식물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진 결과로 추정했다.

실제로 식물 유래 물질에 의한 국지적 유기물 증가와 이에 따른 미생물 반응이 관찰됐으며 이러한 추론을 검증하기 위한 후속 연구도 현재 진행 중이다.

장경순 박사는 “이번 결과는 북극 탄소 순환 모델이나 생태계 변화 시뮬레이션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과학적 단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