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 칼럼] 의심과 불행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옛날 어느 곳에 오래된 고목이 한 그루 서 있었습니다. 이 큰 나무 위에는 매들이 날아와 둥지를 짓고 새끼들을 기르고 있었고 나무 밑에는 산돼지들이 새끼를 기르며 살고 있었습니다.
매들이 떨어뜨리는 나뭇잎과 찌꺼기들은 밑에 있는 돼지들의 먹이가 되었고 돼지들의 찌꺼기는 매의 먹이가 되었으므로 이들은 서로 공생하며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이들의 사이가 샘이 난 여우가 이들을 갈라놓기 위한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습니다. 여우는 곧장 매에게로 달려가 "나무 밑에 있는 돼지들은 너희 매를 잡아먹으려고 매일 나무 밑동을 갉아 먹고 있단다.
얼마 못 가서 나무가 쓰러지면, 네 새끼들은 떨어져서 돼지의 밥이 될 것이다. 이따금 나무가 심하게 흔들리지 않던? 그게 바로 나무가 넘어지려는 징조야!" 하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돼지에게로 달려가서 "나무 위에 있는 매들은 너희 돼지 새끼들을 잡아먹으려고 항상 기회만 노리고 있단다.
어미 돼지가 먹이를 구하러 멀리 가면 그때 새끼를 잡아먹기 위해 이따금 어미 매가 내려와서 너희 집을 기웃거리며 먹이를 찾지 않던? 그게 바로, 매가 새끼를 노릴 때란 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때부터 매와 돼지의 생활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생활이 되었습니다. 매는 모이를 구하러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 나간 사이에 나무가 쓰러지면 새끼들이 돼지에게 잡혀서 먹힐 것을 생각하니 꼼짝 못 하고 항상 새끼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는 돼지도 마찬가지여서 먹이를 구하러 가지 못하고 매와 돼지는 서로 경계하면서 새끼들만 지키고 있었습니다.
결국 매도, 돼지도 굶주려서 죽고 말았습니다. 사탄은 우리의 마음에 불신을 심어주어 우리를 파멸시킵니다.
스탈린은 히틀러와 불가침 조약을 맺었습니다. 히틀러가 소련을 치리라고 생각지도 않은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히틀러는 불가침 조약이 문서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서둘러 소련 침공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때 연합군에 투항한 히틀러 진영의 군인 두 사람이 독일군이 소련을 침공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자백했습니다. 스탈린은 오히려 그들의 말을 믿지 않고 히틀러와 자기 사이를 이간시키려는 심리전이라며 그들을 총살시켰습니다.
그 후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를 공격했습니다. 스탈린은 히틀러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침공 소식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스탈린도 군대를 파견했습니다.
양쪽 모두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고 나중에는 수십만의 히틀러 군사들이 포로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스탈린에게는 남을 의심하는 병이 생겼습니다.
후에는 음식을 먹으려 하다가도 자기를 독살시키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누군가 자기를 암살한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한 곳에서 하루 이상을 묵지 못하고 옮겨 다녔습니다.
주치의마저 믿지 못하여 주치의가 자기를 독살시키려 한다고 생각했다. 스탈린은 결국 그 의심 때문에 제대로 약을 쓰지도 못하고 죽었습니다.
워털루 전쟁의 영웅 웰링턴 장군이 승전 기념 파티를 열었습니다. 육·해·공군의 장성과 공을 세운 장교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웰린턴은 하객들에게 보석이 촘촘히 박힌 지갑을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방금까지 주머니에 있던 지갑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웰링턴은 하객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보석 지갑을 훔쳐 간 범인을 잡겠다. 문을 닫아라.” 하객들은 호주머니 검사를 하자고 소리쳤습니다.
그때 한 노 장군이 호주머니 검사를 반대했습니다. 사람들은 노 장군을 의심의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노 장군은 황급히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결국 노 장군이 범인으로 몰렸습니다. 1년 후 다시 파티가 열렸습니다. 외투를 입던 웰링턴은 깜짝 놀랐습니다. 도둑맞은 줄 알았던 보석 지갑이 외투 주머니에 들어 있었습니다.
웰링턴은 황급히 노 장군을 찾아가 용서를 구했습니다. “왜 검사를 거부했습니까” 노 장군이 대답했습니다. “그날 밤 아내와 아이들이 굶고 있었습니다.
제 주머니에는 가족들에게 줄 빵 몇 조각이 들어 있었어요” 웰링턴은 통곡하며 다시 용서를 구했습니다.
웰링턴이 호화스러운 잔치를 여는 동안 부하의 가족들은 굶주림에 통곡하고 있었습니다. 웰링턴은 다시는 물건자랑을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