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용혈성 요독 증후군’ 조기 진단 기술 개발

2025-09-09     이성현 기자
초민감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환경질환연구센터 이무승 박사 연구팀이 성균관대와 용혈성 요독 증후군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기가 잘 통하는 차세대 소재 ‘그래핀(graphene)’을 활용해 초민감 바이오센서를 제작해 기존 방식으로는 찾아내기 힘든 극미량의 독소까지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여름철이면 뉴스에서 자주 듣는 질병인 식중독은 대부분의 경우 며칠동안 배탈을 겪고 끝나지만, 때로는 훨씬 무서운 병으로 번지기도 한다. 바로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라는 병이다.

환자들은 혈소판 감소, 신장 기능 마비 등 심각한 합병증을 겪으며, 일부는 신장 투석이나 장기 손상으로 평생 고통받을 수 있다.

초기 증상은 단순한 복통, 설사 등 장염과 비슷해 조기 발견이 거의 불가능하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진단법인 혈액 검사나 ELISA(효소면역분석)는 실험실 기반 검사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래핀이라는 특별한 물질에 주목했다. 그래핀은 연필심의 주성분인 탄소가 벌집처럼 얇게 배열된 물질로 뛰어난 전기전도성과 극한의 민감도를 보유해 미세한 생체신호의 검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그래핀 고유의 특성을 이용해 연구팀은 펨토그램(fg, 10⁻¹⁵g) 수준의 극미량 독소를 직접 검출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는 기존 검사법과 달리 형광 표지자나 복잡한 전처리 과정 없이 전기 신호 변화만으로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생체적합성 검증을 위한 동물실험(생쥐 혈액·대변 샘플)에서도 우수한 재현성과 신속성을 보였으며 기존 ELISA 검사법이 감지하지 못한 낮은 농도의 독소도 포착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치명적인 신장질환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 환자 생존율 향상과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며, 집단 식중독 확산 차단, 공중보건 대응력 강화, 차세대 진단기기 산업 경쟁력 확보 등 국민 건강과 국가적 이익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무승 박사는 “우리가 개발한 바이오센서는 극미량의 독소도 포착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을 통해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 “더 나아가 감염병 대응, 식품 안전, 그리고 차세대 바이오 진단 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어 사회적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