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풍속에 잊혀지는 '6월'

2006-06-11     편집국

2006 독일월드컵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6월 민주항쟁 기념일과 6.15 공동선언 기념대회 등 의미있는 날들이 잊혀지고 있다.

월드컵과 관련된 각종 조형물과 건물 벽화 등이 즐비한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10일 하루 두 가지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군부 독재정권에 저항해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 낸 87년 6월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행사와 4년 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두 행사 모두 올해는 월드컵 열기를 의식해 조촐하게 진행됐다.

여중생 추모제는 사고발생일인 13일이 월드컵 토고전과 겹치면서 일정을 조정해 10일 열렸다.

87년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던 전시회와 공연 등은 올해 월드컵을 의식해 아예 취소됐고, 6월에 열리던 민족민주열사 합동추모제도 올해부터 9월로 옮겼다.

김혜정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총무국장은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오는 14일부터는 6.15남북공동선언의 뜻을 되새기는 민족통일대축전 행사가 진행된다. 하지만 남과 북이 손을 마주잡던 감격의 순간은 월드컵으로 인해 국민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졌다.

월드컵 열기는 역사 속 기념일 외에도 한미FTA 협상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부동산 가격 거품 문제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현안들도 관심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국민들이 월드컵을 즐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와 더불어 한미FTA문제나 6.15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제는 월드컵을 축제로 즐기면서도 각종 주요 현안들에 대해도 관심을 기울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BS사회부 최경배 기자 ckbest@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