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 칼럼] 약속의 힘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논어에서는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언행을 예의범절로 잘 단속해 인격을 완성한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했으며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고 했으니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은 곧 말을 신중하게 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약속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으로 돼 있습니다.
사전적인 의미가 말해 주듯이 약속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그 상대자가 있고 서로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로의 합의로 이루어진 이 약속이 깨어지거나 실행되지 못함으로 인해 마음이 상하고 억울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에 불신의 풍조까지 만연하게 하는 부정적인 것을 보면서 약속의 중요성과 책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약속은 늘 지키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지키지 않는 쪽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약속을 쉽게 하고 쉽게 깨트리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되고 또 지켜지지 않는 약속으로 인해 상대방은 물론을 사회적 기회비용까지 엄청난 댓가를 지불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그런 몰염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137만 프랑짜리 약속이라는 에피소드가 있다. 1797년 3월 나폴레옹은 아내 조세핀과 함께 룩셈부르크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열렬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나폴레옹과 조세핀은 몹시 감동해 교장에게 당시에 한 다발에 3천 리브르나 하는 장미꽃을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가 존재하는 한, 매년 오늘이 되면 꼭 이 학교에 장미꽃을 보내겠소”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1984년 룩셈부르크 정부는 프랑스에 ‘장미꽃 약속’을 빌미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137만 프랑에 달하는 손해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그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도 없고 나폴레옹의 명예가 걸린 일이기에 지불을 안 할 수도 없어 상당히 난감했습니다. 그러다 생각 끝에 룩셈부르크 정부에 정중하게 사과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결국 나폴레옹의 ‘헛된 약속’ 때문에 빚어진 ‘장미꽃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중국 ‘사기(史記)’엔 계포(季布)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의 상징입니다. 계포는 초나라 출신으로 의협심이 강해 한 번 약속하면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그것을 지켰다고 합니다.
계포는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천하를 걸고 싸울 때 항우 휘하의 장수로서 수차례 유방을 괴롭혔습니다. 항우가 패망하고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게 되자 계포는 쫓기는 몸이 됐고, 그의 목에 1,000금의 현상금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 하나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를 한 고조 유방에게 천거까지 했습니다. 덕분에 계포는 사면과 동시에 낭중 벼슬을 얻었고, 혜제 때는 중랑장에 올랐습니다. 계포의 일화는 ‘계포일낙(季布一諾)’이란 한자 성어로 길이 남았습니다.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라는 뜻입니다.
프랑스 왕 루이가 터키 황제 멜레티사카(MELETISAKA)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강화 조건의 최종적 합의에 도달했을 때, 그에 대한 보다 확실한 보증을 위해 터키 황제는 "만약 내가 강화 조건 가운데 어떤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는다면, 마호메트와 인연을 끊겠다."라는 맹세하겠다고 제의하였습니다.
그리고 루이 왕에게도 마찬가지로 "만약 내가 약속한 것들 가운데 어떤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는다면, 나의 그리스도가 하나님임을 부인하겠다."라는 맹세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루이 왕은 그런 신성 모독적인 맹세는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하면서 그런 맹세를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터키 황제는 루이 왕의 절개에 놀라면서 전혀 아무런 맹세도 하지 않은 채 칼을 거두고 나서는 맹약을 선포했습니다.
반면에 잉글랜드의 존 왕은 그의 봉신들과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게 되자 원조를 청하기 위해 모나코 왕에게 사절들을 보내서 그에게 충성할 것을 맹세하고 "마호메트의 율법을 받아들이겠노라."라고 제의했습니다.
그 때문에 모나코 왕은 존 왕을 몹시 싫어하게 되어 그 이후로는 존 왕의 이름만 들어도 질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