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AI 기반 자율형 소화체계 개발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함정 내 유류화재를 자율적으로 탐지하고 해상 환경에서도 정밀 조준해 진압할 수 있는 차세대 소화체계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가상공학플랫폼연구본부 AX융합연구센터 이혁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함정 유류화재에 특화된 자율형 초동진압 소화체계를 개발하고 실제 함정에서의 실선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에서 시행한 ‘민·군 실용화연계사업’으로 진행됐으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 충남대학교, ㈜수퍼센츄리, 육군사관학교에서 참여했다.
이번에 개발된 함정 유류화재 초동진압용 소화체계는 연구팀에서 개발한 자율형 소화체계를 한층 발전시킨 기술로 함정에서 가장 자주 발생되는 유류화재에 특화해 설계됐다.
기관실, 격납고, 갑판 등에서 발생하는 장비 또는 함재기의 누유로 인한 유류화재를 자율적으로 탐지하고 해상의 파도와 선체 운동으로 인한 외란 조건에서도 소화수 실시간 정밀 제어를 통해 화원에 정확히 조준하여 진압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존 함정용 소화설비는 화재 감지 시 해당 구역 전체에 소화제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허위경보 시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하고 해상 환경에서의 정밀 조준이 어려웠다.
반면 연구팀에서 개발한 기술은 인공지능 기반의 정밀 화재 탐지와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통한 해상 조건 대응 기술을 결합해 이러한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했다.
개발된 소화체계는 화재탐지센서, 소화모니터,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의 화재 진위 판단 및 위치 추정 기능을 갖춘 분석 및 제어장치로 구성돼 있다. 시스템은 화재감지 정확도 98% 이상을 유지하며, 폼 소화수 분사 거리는 약 24m에 달한다. 또 실제 함정 시험 시 해상상태 3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검증됐다.
연구팀은 실제 함정 환경을 완벽히 재현한 대규모 육상 모사설비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에 구축하여 체계적인 성능 검증을 실시했다.
함정 내 격실의 색깔과 조도를 실제와 동일하게 구현한 모사설비에서 다양한 유류화재 조건과 화재로 오인될 수 있는 비화재 상황을 재현해 인공지능 시스템의 사전 학습과 정확도 시험을 수행했다.
특히 개활지 유류화재와 함재기 등에서 누유로 발생할 수 있는 차폐 화재 진압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실제 함정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유류화재에 대응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LST-II급 강습상륙함(일출봉함)에서 실제 함정 운용 시험을 실시해 파고 1m의 해상 환경에서 18m 떨어진 가상 화원에 소화수를 정확히 조준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혁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함정 유류화재 초동진압 소화체계는 육상 모사설비에서 실제 함정 환경까지 단계별 검증을 완료한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며 “함정에서 가장 위험한 유류화재를 개활지와 차폐 상황 모두에서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승조원의 안전과 함정의 전투력 보존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은 각종 함정은 물론 탄약고, 군수품창고, 항공기 격납고, 해양플랜트 등에 적용 가능하며 향후 민간 선박과 석유화학시설 등으로 확대하여 해상 및 산업현장의 화재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