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 칼럼] '시기는 뼈를 썩게한다'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1898년 12월 7일 모스크바 초연 이후 지금까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재능을 시기해 독살했다는 줄거리입니다. 직접 대본을 쓴 작곡자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이 오페라에 모차르트의 ‘진혼곡(Requiem)’과 ‘돈 조반니’의 음악을 삽입해서 더 애절한 감성을 자아냅니다.
18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했던 살리에리는 작곡가로서 높은 명성과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예술에 더욱 헌신했습니다. 하지만 남모르게 모차르트를 질투하면서 가슴앓이했습니다.
자신은 언제나 온 힘을 기울여 작품을 발표하는데, 사람들이 빈둥거리면서 만든 모차르트의 작품을 천상의 음악이라고 칭찬할 때마다 신은 공평하지 않다고 불평했습니다.
모차르트는 어린 아들의 천재성을 발견한 궁정악사 아버지로부터 4살 때부터 음악 수업을 받았다. 5살 때 이미 작곡했는데 24년 동안 완전한 교향곡 68곡을 작곡했습니다.
살리에리는 하루속히 모차르트라는 존재가 사라져야 자신이 돋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저녁에 모차르트를 초대해 은밀히 포도주에 독약을 탔습니다.
희곡 속에서의 줄거리는 살리에리가 평생 죄의식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맞기 전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차르트의 죽음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살리에리와의 경쟁자 관계는 공공연하게 전해오는 일화입니다.
역사의 경쟁자는 일상에서도 존재합니다. 세계적인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당대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었는데, 한번은 플로렌스의 대형 홀을 장식할 그림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젊은 천재 무명 화가 미켈란젤로에게도 그림을 부탁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생각해 낙담했습니다.
그 일로 자신의 천재성을 더 이상 살리지 못하고 어둡고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쟁자와 신인들의 출현 앞에 평정심을 유지하지 않으면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의 화평은 육신에 생명이나 시기는 뼈를 썩게 한다.”
엔리코 카루소(1873-1921)는 이탈리아 출신의 테너 가수입니다.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그는 큰 노력으로 폭넓은 음성영역을 구축하여,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만 607회나 출연하는 진기록을 보유하는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거리낌 없이 노래를 불러 사람들은 그를 자존심 없는 사람이라고 놀리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그가 시내를 걷다가 옛친구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어느 음식점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는 이미 많은 손님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음식을 청할 때 종업원이 그를 알아보고 주방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요리사 아저씨! 테너 가수 카루소 선생님이 오셨어요."
종업원의 말이 떨어지자 요리사가 즉시 달려왔습니다. 그러고는 아주 공손한 태도의 인사를 했습니다. "선생님을 이곳에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평소에 선생님의 노래를 직접 듣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하고 요리사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 들려드리지요." 하고 카루소가 아주 쉽게 말했습니다.
"정말요? 선생님과 같은 세계적인 가수의 노래를 이렇게 쉽게 들을 수 있다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 요리복을 입고 있는데 어쩌지요?" 그가 매우 미안해하며 말했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조금도 염려하지 마십시오"하고 카루소는 그를 위안시키고 즉시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식당 홀 안에 가득히 울려 퍼졌다. 노래가 끝났을 때, 모든 손님은 그가 카루소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의 아름다운 선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요리사는 더욱 감격해 했습니다.
잠시 후, 식사가 시작되어 친구가 카루소에게 왜 아무 곳에서나 그렇게 노래를 부르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는 나의 노래를 듣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네. 더욱이 저 요리사도 요리를 맛있게 해서 남들을 기쁘게 해주는 예술가가 아닌가. 예술가를 위해 노래 하나 하는데 그렇게 인색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하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유명하다는 것과 훌륭하다는 것은 다릅니다. 자기의 재능을 발휘하여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유명한 것이지만, 어렵고 딱한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행위는 훌륭한 일인 것입니다. 카루소의 폭넓은 인간 존중 정신을 소위 유명하다는 사람 모두가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