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거리응원은 공포의 대상"

2006-06-15     편집국

13일 토고전 경기 승리 후 흥분한 거리응원 시민들로 인해 차가 찌그러지는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월드컵 거리응원 시민들은 공포의 대상”이라는 택시기사의 지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택시기사 박영래씨는 15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진행 : 노정렬, 낮 12시5분-1시5분)와의 인터뷰에서 “13일 토고전이 끝난 뒤 흥분한 거리응원 시민들이 차 위에 앉거나 두들기는 통에 차가 찌그러지는 피해를 입은 택시기사들이 많다”며 “우리 택시기사들에게 이제 붉은 응원 인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라고 털어놨다.

박씨는 “어차피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는 손님이 없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이 토고전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는 차를 세워놓고 큰 가게 주변에서 경기를 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가 끝난 다음”이라며 “서울 시내에 들어가 있는 택시들은 신촌, 광화문 주변에 몰려든 거리 응원 인파에 둘러싸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길이 막히는 것은 어차피 각오하는 일”이라는 박씨는 “하지만 도로를 마구 점령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무엇보다 문제는 흥분한 젊은이들이 차를 두들기고 발로 걷어차며 심지어 본네트에 올라 앉는 상황”이라며 “문짝도 그렇지만 특히 본네트는 의외로 얇아 쉽게 찌그러진다”는 것.

박씨는 “나는 붉은 인파나 무리가 없는 쪽으로 일부러 피해다녀서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면서 “운 나쁘게 서울 시내에 있던 여러 동료 기사들이 피해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찌그러진 차를 수리하는 비용은 전적으로 기사 자신의 몫”이라며 “여러명의 무리가 같이 벌이는 일이라, 누구를 찍어서 ‘피해를 보상하라’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뻐 들뜬 젊은이들에게 ‘항의’할만한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신촌에 있던 한 택시 기사는 차가 찌그러지는 피해를 입힌 젊은이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지만, 차 찌그런 것을 본 젊은이들이 그냥 도망가버리는 바람에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승리를 자축하는 인파들을 보면 택시기사들도 흥이 나고 기쁜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흥분이 지나쳐 무리를 지어 택시로 다가오면 우리는 차 손상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고, 피해를 입으면, 기쁜 날 기분 정말 많이 상한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거리응원 시민들께서 운전자들을 조금만 더 배려하고 시민의식을 지켜준다면, 택시기사들도 두려움이나 마음 상하는 일 없이 기쁨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 이진성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