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연, AI 딥러닝으로 숨은 물길 찾는다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딥러닝을 통해 땅 속 숨은 물길을 찾는 데 성공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지난 8월 강릉 가뭄 지역에서 과학기술 기반의 신속한 지하수 조사·평가를 실시해 홍제정수장 일원에 설치된 5개의 대구경 관정에서 하루 3000톤 규모의 식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강릉은 태백산맥 동쪽 급경사 지형 특성상 강우가 빠르게 유출돼 저류 능력이 부족한 가뭄 취약 지역이다. 주요 지표수 상수원이 오봉저수지와 남대천 유역 등 소수 지역에 집중돼 있어, 인근 지역보다 대체 수원 조달이 어려워 국지 가뭄 대응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지하수자원연구센터 김용철 박사 연구팀은 최근 5년간 기본사업 성과로 구축된 강릉 남대천 지역의 수리상수 데이터베이스(DB)와 ‘한강권역 지하수정보지도’, 연구원 발간 지질도를 활용해 지하수 대수층 분석에 착수했다.
남대천 주변의 자갈·모래가 섞인 충적층이 비가 내리지 않아도 일정 기간 하천수를 머금어 천연 저장고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합성곱 신경망(CNN) 기반의 AI 딥러닝 기법으로 관정의 수리적 특성을 지질·지형·하천 거리 등 지질환경요인과 위성자료에 결합해 지하수 산출 확률을 예측했다.
또 오봉저수지–강릉대교 구간, 남대천 주변 반경 500m 내 충적 대수층을 최적 개발지로 제안하며 지표수 중심 공급 구조 위에 안정적인 ‘제3 비상 수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과학적 해법을 제공했다.
강릉시는 연구원의 분석을 바탕으로 홍제정수장 원수 공급과 연계 가능한 관정 개발에 착수했고 현재 지름 300mm 대구경 관정 5공을 20m 간격, 30m 깊이로 굴착해 수중펌프로 지하수를 양수하고 있다.
하루 총 3000톤의 용수를 물탱크와 정수장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강릉 시민 약 1만 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지질연은 이번 대응을 계기로 남대천·연곡천 등 동해안 하천변 충적 대수층과 댐·저수지 상류 암반 대수층에 대한 지하수 산출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중장기 물 안보 전략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지하수 자원을 단기 및 장기 대체 수원으로 확보하려는 지자체와 기업의 과학적 의사결정 기반을 제공하기 위한 ‘지하수자원정보플랫폼’도 함께 구축한다.
유순영 지하수연구센터장은 “강릉시 사례는 기후위기 시대 지표수의 한계를 보완하는 지하수 자원의 가능성을 보였다”며 “풍수기 자연적으로 재충전되는 지하수의 장점을 극대화해, 별도의 대규모 시설 없이도 지속 가능한 물 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이균 원장은 “지하수 연구는 국민의 안전한 삶과 직결된 핵심 과제로, 이번 강릉시와의 협력은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재난을 해결하는 출연연-지자체 공동 대응의 모범 사례”라며 “KIGAM은 기후위기 시대 안전한 지하수 확보를 위해 지질과학 역량을 집중하고, 국민 물 복지 향상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