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인체에 완벽 밀착하는 초박막 소자 구현

2025-12-10     이성현 기자
형상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얇고 생체조직에 스스로 달라붙는 초박막 나노전자소자가 탄생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손동희·김봉수 교수 공동연구팀이 두께 350 나노미터의 초박막 하이드로젤-엘라스토머 기반의 이온-전자 복합 나노막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유기전기화학 트랜지스터(OECT, 두께 400 나노미터)를 구현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소자는 심장·근육·뇌조직 위에 스스로 밀착하고 견고히 접착돼 정밀한 생체신호를 계측하면서도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는 혁신적인 생체-전자 연결 구조로 향후 정밀 의료 및 뇌-기계 인터페이스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

심장, 근육, 뇌 같은 살아있는 연조직은 물처럼 부드럽고 3차원 곡면 구조라 전자소자를 안정적으로 붙이기 어렵다. 기존 전자소자는 뻣뻣하거나 두꺼워 밀착이 되지 않거나 이물감과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전극 기반의 측정은 신호 세기가 약하고 잡음에 취약해 정밀 계측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한 유연 나노전자소자도 개발됐지만, 공정 난이도, 내구성, 실사용성에서 여전히 제약이 있다.

최근 점착성 재료나 하이드로젤을 덧붙여 생체조직과의 밀착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두껍고 뻣뻣할 뿐 아니라 전극이나 센서가 유연기판에 의존하는 구조라 미세조직의 곡면에 완벽하게 맞추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 일부는 외부 자을 필요로 하거나 기판으로 인한 조직 손상 우려도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다양한 인체 조직과의 자발적 밀·접착과 고감도 생체신호 계측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전자막(THIN)을 개발했다.

THIN은 생체조직접착 하이드로젤과 고신축성 반도체성 탄성고분자를 결합해 만든 두께 350 나노미터의 초박막 구조다. 건조 상태에서는 매우 얇은 두께임에도 단단해 다루기 쉽고, 인체 내 수분을 만나면 즉각적으로 부드럽게 변하는 동시에 견고한 접착이 가능하여 조직 곡면에 스스로 밀착된다.

연구진은 독창적인 성능의 THIN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친수성 하이드로젤과 소수성 반도체 고분자를 정밀하게 겹쳐 이중층을 만들고 금을 얇게 코팅해 전극을 제작한 뒤 두께 400 나노미터의 THIN 기반 트렌지스터(THIN-OECT)를 완성했다.

이를 쥐의 심장·근육·뇌에 부착해 실험한 결과 심장 전기신호, 근전도, 뇌파를 고감도·저잡음으로 실시간(on-site) 증폭·계측하는 성능을 확인했으며 4주 이상 장기이식에서도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해 높은 조직 적합성을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기존 바이오전자소자가 풀지 못했던 세 가지 한계를 동시에 극복했다. 소자가 매우 얇고 유연해 조직이 소자의 존재를 거의 감지하지 못하며, 인체 내 수분만으로도 즉각적인 조직 접착 및 형태 변형이 되어 완벽한 밀착이 가능하다.

즉 어떠한 조직에도 별도의 고정 장치가 필요 없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µC*를 기록해 미세한 생체신호도 뚜렷하게 잡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전극 기반 센서나 유연기판 소자가 구현하지 못했던, 장기간 체내 이식이 가능한 ‘착용해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바이오전자소자’를 처음으로 실현했다.

손동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체조직에 스스로 부착되는 보이지 않는 나노전자소자를 통해, 기존 바이오전자 기술이 갖는 실사용성·내구성·조직안정성의 한계를 극복한 계기로, 생체 계측·자극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며 “향후 심장질환 모니터링, 맞춤형 뇌파 인터페이스, 근육 재활 로봇 제어 시스템, 전자약 기반 자극 치료 등 다양한 정밀의료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폐-루프(Closed-loop) 센서-자극 인터페이스를 구축해 신경재활 및 감각재현형 신경보철기술 등으로 응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