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온이 떨어지면 기분도 떨어진다? ‘계절성 우울증’ 신호

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곽숙영 전문의

2025-12-22     이성현 기자
유성선병원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가까워지면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거나 식욕·수면 패턴이 달라져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다.

특히 해가 짧아지는 시기에 우울감이 깊어졌다가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에 대해 유성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곽숙영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

해가 짧아지는 계절에는 멜라토닌 분비가 변하면서 몸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 뒤로 밀리게 된다. 실제로 계절성 우울증 환자에게서 일주기 리듬과 수면-각성 주기 간의 불일치가 크게 나타난다는 연구가 있으며, 이를 ‘위상 이동 가설(phase-shift hypothesis)’이라 한다. 가을·겨울철에는 세로토닌 활성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 계절성 우울증의 진단

계절성 우울증은 독립된 병명이 아니라, ‘주요우울장애’ 또는 ‘양극성 장애’ 진단을 내리면서 ‘계절성 동반(with seasonal pattern)’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진단한다. 주요우울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감소 ▲체중 변화 ▲수면 이상 ▲정신운동성 초조 또는 지연 ▲피로감 ▲무가치감·부적절한 죄책감 ▲집중력 저하 ▲극단적 사고 등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특히 특정 계절에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 ‘계절성 동반’으로 판단한다. 겨울철 계절성 우울증은 과수면, 탄수화물 갈망에 따른 과식 및 체중 증가, 대인 기피 등이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 계절성 우울증의 치료

매일 일정 시간 햇볕을 쬐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지장을 줄 정도로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광선치료는 계절성 우울증에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이며, 아침마다 라이트 박스 가까이에서 약 30분간 10,000룩스의 강한 빛을 쬐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조절해 우울감을 완화하는 약물치료, 생각과 행동 패턴을 조정하는 상담치료 역시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여러 동물이 겨울잠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듯, 우리 몸과 마음도 겨울이 되면 움츠러들고 쉬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일종의 생존 전략일 수 있지만, 현대인의 삶에서는 우울감을 견디며 봄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전문적인 치료와 도움을 받는다면 증상을 조기에 완화하고, 더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