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이오 산업이 여는 미래, 국가적 투자가 결정한다
국가경쟁력의 미래는 결국 바이오산업의 성패에 달려
[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세계 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는 지금, 그 중심에는 바이오산업이 있다. 바이오는 이미 반도체나 인공지능(AI)을 넘어 국가의 미래전략을 결정짓는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은 국가 전략산업의 육성 차원에서 바이오 분야에 대한 과감하고 전략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일본의 경우 정부가 전(全)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 바이오 경제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도 바이오헬스 분야 육성을 위해 예산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2026년 보건복지부의 바이오헬스 R&D 예산은 1조 1,232억 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 시대’에 진입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산업 규모, 민간 기업의 재정 상태, 세계 시장 경쟁 속도 등을 고려하면 현 투자 규모만으로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실제로 국내 바이오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의 약 74%가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38%는 매각 또는 사업 축소까지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R&D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며 생산․임상․허가․수출에 이르는 전(全) 주기 생태계 구축과 안정적인 재정․투자 체계가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바이오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함께 전문 기관의 역할 강화 역시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바이오 클러스터 오송에 자리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연구개발(R&D)과 임상시험, 기업 성장 지원, 인력 양성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연결하는 핵심 허브로서 바이오산업의 전(全) 주기를 지원해오고 있다.
막대한 초기 투자와 긴 개발 시간, 높은 실패 가능성을 동반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공공부문의 체계적 지원 없이 민간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재단이 운영하는 바이오기업 지원 프로그램, 임상시험 인프라, 기술사업화 촉진 사업 등은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비용과 리스크를 완화하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정부가 전문 기관의 이러한 기능과 사업에 보다 과감하고 안정적인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제공할 때, 국내 바이오산업은 단순한 성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국가경쟁력의 핵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바이오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새로운 도약을 앞둔 중요한 순간에 있다. 연구자들의 집념과 기업의 혁신 의지는 오송을 포함한 국가 바이오 클러스터 전반에서 이미 그 잠재력을 입증해 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부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그리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국가 바이오산업의 비상(飛上)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일이다.
국가경쟁력의 미래는 결국 바이오산업의 성패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정부의 선택이 향후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치를 결정한다. 국가 바이오 거점에 대한 전략적이고 과감한 투자야말로, 우리 바이오산업을 세계 시장의 주역으로 만들 유일한 해답일 것이다. 자랑스러운 K-바이오가 우리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도록 국가적 의지와 체계적 투자가 힘있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최아성(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대외협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