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의 월요이야기] 마지막 우편함을 열면서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새벽에 일어나, 현관문 앞에 배달된 조간신문을 주워들어 펼치면, 신문에서 풍겨 나오는 윤전기 인쇄 잉크의 특별한 냄새와 접혀졌던 신문지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새로운 소식이 함께 신세계처럼 눈앞에 불쑥 나타나곤 했습니다.
아침은 늘 그렇게 시작되어 조반을 들기 전에 저의 의식은 새로운 시각과 감각으로 저의 위(胃)보다 먼저 충만되곤 했습니다.
매주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일의 시작인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여 책상에 앉으면, 팝업창에 떠 있는 신선한 이야기가 배달된 조간신문을 펼쳐드는 것처럼 직원들의 시각과 감각, 그리고 숨어있는 의식을 노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월요이야기”를 쓰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출근 전에 이야기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새벽녘의 신문 배달부처럼 부지런해야 했습니다. 부지런해서만 될 일도 아니었습니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고 무엇보다 인사이트(insight)가 있는 글을 써야만 했습니다.
무모한 생각을 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우선, 매주 써야 하는 이야깃거리를 어떻게 찾을 것이냐는 것이었지만, 그보다 그 이야기를 구상하고, 구성하고 쓸 시간이 나에게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모하다기보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발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생각은 “저지르고 보자!”. 저지르지 않고 무슨 일이 시작되겠느냐는 마음에 시장으로 취임하여 정신없이 보낸 6개월이 지난 2023년 2월 첫 “월요이야기”를 직원들의 우편함에 배달했습니다.
처음 몇 편이야 그동안 생각해 온 이야기가 있으니 정리하여 올리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주, 한주 거듭되면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월요일의 아침청구서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로소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이 아닌 피부로 느꼈습니다. 어떤 직원이 뒤에서 초안이라도 마련해줄 것 아니겠냐고, 그렇지 않고서야 눈코 뜰 새 없는 시장님이 월요이야기를 매주 쓸 수 있겠느냐고, 매주 월요일 아침에 올라오는 “최민호의 월요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은 그렇게도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설사 그렇다 해도 나쁘지 않게 이해해주리라는 마음을 갖는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저는 제가 직접 매주 “월요이야기”를 썼습니다. 가끔 직원을 불러 제가 생각한 이야기를 구술하면 이를 녹취하여 정리한 안을 보여주곤 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제가 직접 써서 완성했습니다.
다음 주는 무슨 “월요이야기”를 쓸 것인가를 논제로 직원들과 회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저의 생각을, 저의 글로 직접 썼습니다.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 이 격언이 저를 늘 촉구하고 격려하였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월요이야기”를 쓰기에 가장 적당한 시간은 토요일이나 일요일 새벽 3시경이었습니다.
새벽 3시는 사색하기도, 기도하기도, 공부하기도 가장 좋은 창의적인 시간이라는 청년 시절 어떤 스님의 말씀이 새삼 진리라고 절감했습니다.
쓸 때마다, 이를 읽을 우리 시의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어떤 메시지가 전해질지 상상하면서, 가장 적합한 시기에 가장 적합한 주제가 되기를 기도(企圖)하며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2,500여 시청직원들의 우편함에 배달한 내용들을 일부 언론에서 매주 “최민호의 월요이야기”라는 이름으로 고정 칼럼으로 써 주기도 했고, 읽은 사람들이 SNS 등에 전파시켜 가끔 이름 모를 시민으로부터 “월요이야기”를 감명 깊게 읽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월요이야기”는 젊은 시절 저의 연애편지 모음의 이름이었습니다. 대학 1학년 때, 지금의 아내에게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며 월요일마다 그녀의 집 우편함에 도달되도록 부쳤던 편지였습니다.
다시 고백하건대, 사랑도 사랑 나름으로, 저는 우리 시 직원 2,500여명에게, 또 누군지 알지 못해도 시민들에게 이런 저의 사랑의 마음을 여러 가지 주제로 글로 써서 부친 것이었습니다.
저의 사랑이 여러분에게, 시민들에게 얼마나 전달되었을까요?
그렇게 써 온 “월요이야기”가 벌써 100회를 넘어섰습니다. 책으로 ‘100회 기념 출판’을 하면 어떠냐는 한 직원의 제안에 그럴까도 생각했지만, 때는 아니었습니다.
어느새 쓰기 시작한 지 만 3년 가까이 되자,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6년 새해가 밝아오고, 시장으로서의 4년 임기도 6개월밖에 남지 않게 되는 즈음, 이제는 우편함에 넣었던 사랑의 편지들을 꺼내 묶어 볼 참도 된 것 같습니다.편수로 어느덧 127회를 기록하고 있군요.
생각해보면 저 스스로도 놀랍고 기적과도 같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정말 내가 빠뜨리지 않고 매주 월요일마다 이런 글들을 쓸 수 있었단 말인가?
3년간을, 출장이나 휴가를 제외하고 매주 새벽이면 “최민호의 월요이야기”를 써서 세종시 직원들의 우편함에 넣어 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글의 질(質)을 떠나 양(量)이라는 성의만으로도 감히 이 책의 출판을 용서해 주리라 믿어봅니다.
“최민호 시장의 새벽 3시 – 그들에게 쓰는 월요이야기” 라는 이름의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월요이야기”를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분량이 너무 많아서 나름대로 주제별로 나누고 절절하게 고른 이야기를 묶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책에 실리는 마지막 원고의 "월요이야기"를 씁니다. 글을 쓰며 시계를 보니, 12월 27일 토요일 새벽 4시를 넘기고 있군요.
문득, “월요이야기” 첫 편에 실렸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어느 소년이 학교에 가니, 프로이센군에게 점령당해 오늘이 프랑스어 마지막 수업이라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그간 공부를 게을리 한 것을 후회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어쩐지 제 마음이 찡해 옵니다.
그간 “월요이야기”를 애독해 준 우리 시 직원들과 시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책으로 나오면 다시 읽어 주실 독자들께도 미리 감사드립니다. 출판기념회는 새해 1월에 하려고 합니다.
자, 그럼, 모두들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그간 고마웠습니다.
- 세종특별자치시장 최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