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淸白吏)

2006-06-20     편집국

청백리(淸白吏)는 청렴하고 결백한 관리를 의미한다. 우리의 역대 청백리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회자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선왕조 야록에 실려 있는 성삼문에 관한 일화는 매우 감동적이다.   

성삼문은 세종 때의 충신으로 사육신 중의 한 사람이다. 그의 가문은 청백리 가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 야록에는 그의 집이 매우 가난하여 끼니를 잇기도 힘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의 아버지 성승은 높은 관직에 있었으나 집이 매우 가난했다. 그런 와중에 그의 딸이 혼례를 치르게 되었다. 성승은 혼사 비용이 없어 크게 걱정을 했다. 노심초사 걱정하던 그는 마침내 한 가지 방도를 생각해 내고는 성삼문을 불렀다. 

 “삼문아 너 심부름 좀 다녀와야겠다. 소문을 듣자하니 옛날 우리 집에서 종살이를 하던 막언이란 녀석이 황해도에서 부자로 살고 있다는구나. 그 녀석한테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돈 좀 빌려 와야겠다.”

이 말을 들은 성삼문은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아버지의 간곡하신 말씀에 하인을 데리고 황해도로 떠났다.

며칠 후 그는 황해도 땅에 도착했으나 산길을 지나다가 길을 잃었다. 그와 하인은 오랜 시간 동안 인적 없는 산길을 헤맸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한 젊은이를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그 젊은이의 안내를 받아 산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어느 집에 도착했다. 그 집은 매우 호화로운 저택이었다. 집에 들어서자 한 노인이 그를 반갑게 맞아들이고는 황해도로 가는 연유를 물었다. 한참 동안 망설이던 성삼문은 더듬거리며 그 까닭을 말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선비 가문의 체면이 있지, 종한테 돈을 빌린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처사라고 생각되네. 정 그렇다면 내가 그 돈을 빌려 줄테니 자네는 내일 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자네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돈이 먼저 도착할걸세. 그리고 내가 돈을 빌려주는 이유는 자네가 장차 귀하게 될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나.

성삼문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노인의 말이 워낙 진실해 보였기 때문에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며칠 후 집에 도착해보니 집안사람들이 잔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노인이 약속대로 혼사 비용을 보내주었던 것이다. 

성삼문은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귀하게 될 인물이기 때문에 돕는다”는 노인의 말이 생각났다. 이후부터 성삼문은 학문에 열중하여 마침내 과거에 급제했다. 그리고는 부친의 뒤를 이어 청렴결백(淸廉潔白)하게 관직생활을 했다. 이에 후세 사람들은 그를 청백리라 일컫게 되었다.

선거철을 맞이하여 정치권에서는 각종 뇌물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뇌물의 단위도 천문학적인 숫자가 거론되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며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모았는지 궁금하다. 옛말에 위정자들이 부정을 저지르면 백성들이 나쁜 일을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삶에 지친 국민들은 성승이나 성삼문과 같은 청백리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정치인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더 이상 부정만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