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수 칼럼] 교수회의에서 선정한 사자성어 ‘변동불거’가 세상에 던진 의미
[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전국 교수사회가 2025년 연말 제시한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이다. 이 사자성어는 단순한 시대 진단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디서 길을 잃고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그 변화가 원칙과 신뢰를 무너뜨릴 때 공동체는 반드시 패배한다는 경고다. 네 글자 속에는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방식을 묻는 질문이 담겨 있다.
‘변동불거’의 단어는 주역의 계사전 하편에 나온다.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변화의 필요성을 전제로 한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다. 즉흥적이고 변덕스러운 대응에 대한 거부다. 충분한 숙의 없이 여론에 따라 정책을 뒤집고, 설명 없이 방향을 바꾸는 행태가 반복될수록 사회적 신뢰는 급격히 소모된다. 변화가 잦을수록 설명은 더 많아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2025년의 한국 사회는 ‘즉답의 시대’였다. 질문에는 맥락보다 결론이 먼저 요구됐고, 정책은 과정이 아닌 메시지로 소비됐다. SNS와 실시간 여론은 판단을 재촉했고, 공론의 시간은 사치처럼 취급됐다. 그 결과 의사소통은 축소되고, 책임의 주체는 흐려졌다. 교수회의 사자성어는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춰 서라고 말한다. 속도보다 숙의, 결단보다 설명이 먼저라는 것이다.
‘변동불거’가 말하는 변화의 조건은 분명하다. 첫째, 원칙의 일관성이다. 정책과 제도는 바뀔 수 있어도 기준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둘째, 절차의 존중이다. 공론과 토론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이 곧 신뢰의 비용이다. 셋째, 설명의 책임이다. 이해되지 않는 변화는 지지를 얻을 수 없고, 지지 없는 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 사자성어는 정치와 행정만에만 국한하는 메시지가 아니다. 교육, 언론, 기업, 시민사회 모두에게 해당된다. 단기 성과를 좇는 조급함 대신 장기적 합의를 쌓을 때 변화는 힘을 얻는다. 변돈응을 거부하라는 주문은 결국 사고의 깊이를 회복하라는 요구다.
연말 사자성어는 한 해의 거울이다. 2025년 교수회의 선택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변화의 이름으로 신뢰를 소모하고 있지는 않은가. 답은 명확하다. 변동불거는 변화의 시대에 실패하지 않고 성공을 위해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을 항상 대비하라는 방향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