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나노물질의 '뇌 발달 과정 교란 가능성' 제시

2026-01-08     이성현 기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간 뇌를 닮은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나노물질이 단순 독성 넘어 뇌 발달 과정 교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이미옥 박사 연구팀이 국가독성과학연구소와 인간 줄기세포 유래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기존 동물·세포 실험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인간 뇌 발달 초기 과정에서의 변화를 분석하여 실리카 나노입자가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실제 장기의 구조와 발달 과정을 재현할 수 있는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몸의 움직임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중뇌가 도파민 신경세포가 자라며 작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한 부위라는 점에 주목했다.

뇌 오가노이드가 자라는 초기 단계에 실리카 나노입자를 노출한 결과, 세포가 대량으로 죽거나 사라지는 등 외형적으로 뚜렷한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지만 뇌의 바탕이 되는 세포들의 증식이 줄어들고 도파민 신경세포로 자라는 과정이 약해지는 변화가 나타났다.

또 뇌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 간 신호 전달과 신경세포 간 소통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그 결과 신경세포들이 서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이와 함께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들이 필요 이상으로 활성화되면서 염증과 관련된 신호가 증가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이러한 변화들은 즉각적인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뇌 발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용하지만 지속적인 변화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나노물질의 영향이 단순히 세포를 죽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자라는 과정 자체를 미세하게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며 사람의 뇌 발달을 닮은 모델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앞으로 식품·화장품·환경 분야에서 나노물질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성인뿐 아니라 태아와 어린이처럼 발달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미옥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질이 세포를 죽이지 않더라도 사람의 뇌가 자라는 과정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사람의 발달 단계를 반영한 정밀한 안전성 평가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