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I, 남북 과학기술 통합·충격 완화 대책 마련 필요
'통일 독일 사례 고찰과 남북한 과학기술 통합 정책방향' 발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원장 송종국, 이하 STEPI)은 ‘통일 독일 사례 고찰과 남북한 과학기술 통합 정책방향’이라는 제목의 'STEPI Insight' 128호를 발간했다.
지난 1990년 10월 3일 독일 통일 이후, 동독의 느린 경제발전으로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 현재까지 지출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동독지역 경제는 서독의 70% 수준에 불과하며, 동서독 통합을 위해 2010년까지 지출된 통일비용은 약 2조 7백억 유로에 이른다고 한다.
보고서는 동독 경제의 느린 성장의 원인이 되고 있는 동독 산업의 향후 발전 잠재력을 과학기술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서 독일 통일에서 현재까지 동서독의 과학기술 역량이 어떻게 변화했고, 얼마나 동질화됐는지를 분석했다.
구동독 과학기술체제는 전통적인 선형모델 기반의 사회주의 과학기술체제로, 비효율적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통일 이후 동독 과학기술시스템은 서독 모델 이식을 목적으로 대규모 변화가 이루어졌다.
서독스타일의 구조조정은 서독체제에 편입되지 못한 조직의 블루리스트 기관 편입을 초래했으며 이 과정에서 동독 과학원은 대규모 해체, 규모축소, 합병 등을 통해 연구역량 손실이 발생했다. 또한 동독의 대규모 기업을 소규모 기업으로 분해해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기업의 연구개발능력이 중소기업 수준으로 퇴보했다.
게다가 우수 연구개발 인력의 해외 유출, 비효율적 평가 등으로 1993년 동독 연구개발 인력은 통일 이전에 비해 36% 정도만 살아남았고, 서독 관리자의 동독진출로 동독 과학기술분야의 패배의식이 확산되어 인력 양성에도 어려움이 발생했다(막스플랑크의 경우 240명 소장 및 부서장들 중 동독출신은 3명에 불과).
통일 독일 정부는 손실된 동독의 과학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 인력지원, 중소기업 및 낙후지역 성장동력 강화 지원, 혁신네트워크 강화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들을 추진해왔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통일 독일 정부의 지원 사업들은 통일 초기 동독지역의 과학기술 혁신역량 손실을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동서독간 동질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독은 연구개발 투자, 연구개발 인력, 과학기술 혁신의 산출 모두 악화되거나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며, 주요 기업들도 동독을 생산기지로(서독은 본사와 연구기지로) 이용하면서 혁신역량 강화는 더욱 더딘 상황이다.
보고서는 독일 통일 사례 분석을 통해 ▲통일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수인력 이탈방지가 중요 ▲시스템 전환을 고려한 장기적이고 합리적 접근이 필요 ▲발전적 과학기술 통합문화 조성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역발전 전략 필요 ▲적정기술 활용을 통한 기술혁신 역량 육성 필요를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이상을 바탕으로 보고서는 남북 과학기술 통합의 정책방향으로 ▲북한 내 우수 연구개발 인력 유지 ▲남북한 발전적 과학기술 문화 조성 ▲통일 충격 완화를 위한 적정기술 활용 ▲산업 및 지역 특성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 전략 사용을 제안했다.
북한 내 우수 연구 인력에게는 적극적 연구개발 사업 지원을 통한 과학계 내부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남북 공동연구개발 사업의 발굴 및 협동연구 강화 등 남북한 신뢰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문화를 조성해 나가야 하며 현재 북한 내부에서 개발되는 적정기술의 사업화를 지원하고 북한이 경쟁력 있는 산업 분야를 선정해 집중 지원을 통한 빠른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쓴 김종선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의 정책방향은 급진적 통합이 아닌 통일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준비시간을 고려해 통일 합의 후 상당기간 남북한 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가정해 제안한 것이라고 밝히며, 남북한 통일 시 북한은 구동독과 유사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기에 동독 사례 분석을 통해 준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STEPI 홈페이지(www.stepi.re.kr)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