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칼럼〕 기후 위기 시대, 우리의 건강은 안녕한가?
- 폭염·감염병·불평등… 기후 위기가 보건 위기로 직결되는 ‘조용한 재난’의 시대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환경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공중보건 위기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09℃ 상승시켰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온도 상승은 폭염, 홍수, 가뭄, 산불과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기후 위기는 곧 건강 위기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이유다. 폭염은 조용한 살인자다 기온 상승이 초래하는 가장 직접적인 건강 위협은 폭염이다.
여름철 기록적인 더위는 열사병과 열탈진 같은 온열 질환을 급증시키며, 심혈관·호흡기·신장 질환 등 기존 만성질환을 악화시켜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인다.
추위로 인한 사망이 일부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연구들은 더위로 인한 사망 증가 폭이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WHO는 기후변화를 21세기 인류 건강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기후와 건강을 추적해 온 The Lancet Countdown 보고서는 폭염 노출 증가가 전 세계 사망률 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폭염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조용한 재난’이다. 숨 쉬는 공기마저 위협받다 기후변화는 대기 질을 악화시키며 우리의 호흡기를 공격한다.
기온 상승은 지표면 오존 생성을 촉진해 대기오염을 심화시키는 ‘기후 페널티’를 유발한다. 또한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알레르기 유발 식물의 성장과 꽃가루 생산을 늘려 천식과 알레르기 질환을 악화시킨다.
산불 역시 문제다. 건조하고 뜨거워진 기후는 대형 산불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며, 이로 인해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해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조차 기후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감염병의 지도가 바뀐다 기온과 강수 패턴의 변화는 감염병 확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기와 진드기 같은 질병 매개체의 서식지가 확대되면서 과거 특정 지역에 국한되던 감염병이 새로운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병원성 세균의 증식을 촉진해 수인성 질환과 식중독 위험을 높인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감염병의 지도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더 가혹한 현실 기후 위기의 건강 영향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어린이와 노인은 체온 조절 능력이 취약해 폭염에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저소득층은 냉방 시설이 부족하거나 재난 취약 지역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다. 만성질환자는 기온 스트레스와 대기오염 악화로 인해 질병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며 건강 격차를 구조적으로 심화시키는 ‘건강 불평등의 증폭기’로 작용한다.
기후 정의가 곧 건강 정의인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행동이다 IPCC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고 경고한다.
대응은 두 축으로 이뤄져야 한다. 첫째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완화’ 정책이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기후를 보호할 뿐 아니라 대기오염을 줄여 즉각적인 건강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가장 강력한 공중보건 정책이기도 하다. 둘째는 변화된 기후에 적응하는 ‘적응’ 전략이다. 폭염 조기경보 시스템 강화, 감염병 감시체계 확대, 재난 대응 인프라의 회복력 증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보건의료 체계는 기후 위기를 전제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기후변화는 환경부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보건, 복지, 산업, 도시계획 등 사회 전 영역이 함께 풀어야 할 생존의 문제다.
오늘 우리의 정책과 선택이 미래 세대의 건강을 결정한다. 기후 위기 시대, 우리의 건강은 안녕한가. 그 답은 아직 열려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