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찬우 천안시장 예비후보, 통합 찬성하나 통합설계는 재논의 필요
정치공학이 아닌 국가적 기준과 정치권 대타협 속 행정통합 추진해야
[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대전·충남 통합 논의가 국회에서 보류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20조 지원을 날려버렸다’는 프레임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안의 본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정치적 주장이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통합의 찬반이 아니라, 졸속으로 추진된 특별법의 내용과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저는 통합의 취지 자체에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찬성을 해 왔다. 행정구역 개편을 통해 광역 경쟁력을 높이고 충청권의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자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통합은 일시적 재정지원이나 정치 일정에 맞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권한과 재정, 행정체계를 장기적으로 재설계하는 국가적 구조 개편이다. 한시적 인센티브를 앞세워 속도전으로 추진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특히 이번 특별법안은 명칭과 구조, 권한 배분 측면에서 ‘대전 중심 통합특별시’로 귀결될 가능성이 컸다. 약칭을 ‘대전특별시’로 설정한 것만 보더라도 상징성과 정책 중심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설계가 현실화될 경우 충남의 시·군, 특히 산업·교통·물류의 핵심 거점인 천안의 위상과 권한은 현재보다 훨씬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저는 이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천안은 충남 경제의 중심축이자 수도권과 충청권을 연결하는 전략적 관문도시이다. 이러한 도시의 기능과 권한이 통합특별시 체제 속에서 부속적 지위로 전락한다면, 이는 균형 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는 특별법에 충청권 경제중심도시인 천안의 지위와 권한을 보장하는 특례와 함께 시·군의 자치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법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20조 지원’이라는 숫자만을 강조하며 통합 보류의 책임을 정치적으로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 재정 인센티브를 이유로 자치권과 지역 균형의 원칙을 희생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책 판단이라 할 수 없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지원금이 아니라 권한 이양, 재정 자율성, 주민 동의라는 기본 원칙이 법률로 분명히 담보되어야 한다.
저의 문제 제기는 통합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다. 천안과 충남 시·군의 지위와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잘못된 설계에 대한 합리적 문제제기였다. 이는 정치적 공방을 위한 반대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고려한 책임 있는 판단이었다.
통합 논의의 보류는 오히려 통합 설계를 다시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지방선거 이전이 될지 이후가 될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더 나은 통합을 위한 논의와 협상의 끈을 결코 놓아서는 안 된다. 통합의 기본 원칙은 대전과 충남이 상생하는 구조여야 하며, 시·군의 권한과 재정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분권형 모델이어야 한다.
또한 주민의 충분한 동의와 공론화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통합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지역 경쟁력을 높이고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선택이다. 내용과 절차가 정당하게 갖춰질 때 비로소 통합은 갈등이 아니라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은 통과시키면서도 대구·경북 통합특별법과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은 보류한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전·충남의 경우는 지역 내 이견이 적지 않았다는 사정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찬성여론이 우세한 대구·경북 통합특별법까지 함께 보류한 것은 정책적 기준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시·도 행정통합은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행정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중대한 과제이다. 그런 시각에서 바라보았을 때 지역별로 서로 다른 특별법을 각각 제정하는 현재의 방식은 제도 일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실제로 지역마다 법안 내용과 특례가 상이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며, ‘지역 갈라치기’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도 통합은 원칙적으로 전국적 통일성을 기해야 한다. 기본 구조와 권한 배분, 재정 체계는 국가 차원의 공통 기준 속에서 설계되어야 하며, 지역별 특수성이 필요하다면 통합 기본법에 특례 조항을 두거나 부칙으로 규정하면 충분하다. 지금처럼 지역별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은 정치 상황에 따라 입법 여부가 좌우되는 불안정한 구조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는 통합 특별시가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통합특별시의 지위와 권한은 권한과 재정 자율성, 자치 범위에서 서울특별시와 큰 차이가 있다. 법적 권한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시’라는 명칭만 부여하는 것은 정치적 상징성은 있을지 몰라도 행정적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방식이다. 실질은 광역시인데 명칭만 특별시로 바꾸는 방식은 국민에게 혼선을 줄 수 있으며, 모두가 특별시가 된다면 결국 그 누구도 특별하지 않게 될 것이다.
통합은 특정 정당의 정치적 성과가 아니라 국가 행정체계 개편이라는 장기적 과제이다. 책임 공방이나 지역별 차별적 입법이 아니라, 전국적 기준에 따른 제도 설계와 정치권의 대타협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행정통합이 지역 갈등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다.
천안의 미래는 특정 도시에 종속되는 데 있지 않다. 충남의 경제중심 도시로서 독자적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광역 협력을 통해 더 큰 성장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저는 이 원칙을 분명히 지키며, 천안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통합 논의를 책임 있게 이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