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버려지는 '폐황'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4D 프린팅 기술 개발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정유공장에서 버려지는 황을 활용해 스스로 움직이고 재활용까지 가능한 순환형 4D 프린팅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동균 박사가 한양대, 세종대 연구팀과 황 고분자로 온도·빛·자기장에 반응하는 4D 프린팅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정유공정에서는 다량의 ‘황 부산물’이 발생한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 세계 황 생산량은 2024년 기준 약 8500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처럼 막대한 양의 황을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황 플라스틱’이다. 이 소재는 버려지는 황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원순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황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이 투과하지 못하는 적외선을 통과시켜 적외선 카메라 렌즈 소재로 사용할 수 있고 중금속을 흡착해 수질 정화에도 활용가능하다. 따라서 환경오염 저감과 첨단산업 발전에 동시에 기여하는 친환경·자원순환형 소재로 평가받는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황 플라스틱은 복잡한 모양을 만드는 3D 프린팅 기술에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소재 내부가 너무 촘촘하게 그물처럼 얽혀 있는 구조 탓에 유동성이 낮아 노즐을 통해 정교하게 뽑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을 위해 내부 그물 구조를 느슨하게 설계함으로써, 복잡한 모양도 손쉽게 프린팅할 수 있는 새로운 황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특히 황 플라스틱의 황 함량과 그물 구조를 정교하게 조절해 온도나 빛 같은 자극에 모양이 변하는, ‘형상기억’이 가능한 ‘4D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별도의 장치 없이 소재 자체가 스스로 형태를 바꾸는 지능형 구조체를 구현한 것이다.
또 특수 레이저를 8초간 비추면 그 에너지가 소재 내부의 결합을 순간적으로 끊었다가 다시 이어주는 ‘용접’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접착제 없이도 조각들을 단단하게 붙일 수 있으며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정교하고 복잡한 4D 구조물을 출력할 수 있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 황 플라스틱에 철가루를 20% 혼합해 별도의 동력 없이도 움직이는 일 센티미터(cm) 이하 크기의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소재가 가진 ‘형상기억’ 능력에 철가루의 ‘자기장 반응’ 기능이 더해지면서, 로봇은 자석의 움직임을 따라 보다 정교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순환형 제조’의 실현이다. 제작된 4D 구조물은 사용 후 다시 녹여 프린팅 원료로 100% 재사용할 수 있어 완벽한 자원 순환이 가능하다.
김동균 박사는 “이번 연구는 산업 부산물인 황을 첨단 로봇 재료로 업사이클링한 최초의 사례로, 스스로 움직이고 재활용까지 가능한 스마트 소재는 미래 소프트 로봇 및 자동화 산업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