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 칼럼] 통계청이 데이터처로 되었다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국가, 상황, 통계, 안정, 법규, 역, 조각상'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얼핏 보면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인다. 정치, 수학, 사회, 건축, 교통이 뒤섞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단어들을 영어로 옮기면 뭔가 보인다.
얼마 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을 만났다. 계산대 너머로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공을 물었다.
통계학이라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한 가지를 물었다. "그럼 통계는 영어로...?" "Statistics요."
"이 단어의 어원이 뭔지 알아요?" 학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스태티스틱이요."
단어를 다시 발음한 것이다.
어원을 물었는데 단어 자체를 돌려준 셈이었다. 그리고 곧 솔직하게 덧붙였다.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 전공에 집중하다 보니 그 어원이나 역사를 모르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statistics의 뿌리는 라틴어 status다. status는 "서 있는 상태"를 뜻한다. 동사 stare, 즉 "서다"에서 왔다.
무언가가 흔들리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는 것. 그 개념이 퍼져나가면서 state(국가), statue(조각상), station(역), stability(안정), statute(법규), situation(상황) 같은 단어들을 낳았다.
모두 같은 뿌리에서 자란 가지들이다.
18세기 독일의 학자 고트프리트 아헨발이 "Statistik"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을 때, 그 뜻은 명확했다.
'국가에 관한 학문' 왕국의 인구, 토지, 세수, 군사력을 수집하고 분석해서 국가를 안정적으로 다스리기 위한 지식 체계. 통계는 처음부터 국가의 학문이었다.
그래서 "국가 상황의 통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규"라는 문장을 어원을 살려 영어로 옮기면 이렇게 된다.
"Statutes to stabilize the statistics of the state's status." statutes, stabilize, statistics, state, status —
다섯 단어에서 stat- 이 네 번 울린다. 억지로 꾸민 것이 아니다. 이 단어들이 원래 한 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통계청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이름을 바꿨다. 데이터처가 되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결정이다.
오늘의 세계는 국가보다 플랫폼이, 인구 조사보다 클릭 데이터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data라는 단어가 statistics를 밀어낸 것처럼, 데이터처가 통계청을 밀어냈다.
그러나 이름이 바뀐다고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처가 하는 일은 결국 무엇인가.
국가의 상황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어원은 잊혔지만, stat-의 뿌리는 여전히 거기 있다.
통계학을 전공하는 편의점 알바 학생은 statistics 안에 state가 숨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이해했다고 한다. 우리가 쓰는 말 안에는, 우리가 잊고 있는 역사가 서 있다. 빛바랜 조각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