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의 동제] 8회(기획) 아산시 송악면 종곡리 산신제와 장승제

2026-03-08     유규상 기자

[충청뉴스 유규상 기자] 아산시 송악면 종곡리는 광덕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경치가 수려한 산지마을로 400여년전 마을형성기부터 지금까지 산신제와 장승제를 전통제례로 지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을 어르신의 말에 따르면 마을에서 산신제와 장승제를 지내오게 된 이유는 마을전체가 산지로 둘러쌓인 지역적 특성으로 옛날부터 호랑이가 매일 같이 마을에 출몰하여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주민들은 호환((虎患, tiger attack), 호랑이로부터 입는 피해)을 피하여 집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했고, 이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마을에서 장승을 세워 장승제를 지내고 산신제를 지내면서 호랑이로부터 마을의 피해가 없어졌다고 전해 오고 있다.

종곡리에는 같은 행정구역을 가지면서도 윗마을인 배나무골과 아래마을인 북실로 생활권이 나누어져 장승제와 산신제도 각각 따로 지내오다가 2003년 전용범(74세)씨가 마을이장을 볼때 통합되어 그 이후에는 마을전체가 산신제는 윗마을에서 관리하던 산제당에서 지내고, 장승제(노신제라고도 부른다)는 아랫마을에서 지내던 마을입구에서 지내게 되었다.

금년도 산신제는 매년 관례대로 정월 초 삼일날인 지난 2월 19일(추석 지내고 이튿날) 지냈으며, 제를 지내는 산제당은 현재의 마을회관에서 트럭을 타고 5분정도 이동해서 다시 산길을 따라 8분 정도 가야 골짜기 안쪽 계곡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당초에는 당집이 없어서 바위 아래에서 제사를 올리다가 지금부터 65년쯤에 건물을 지었는데 나무 기둥에 흙벽을 치고 초가지붕을 했으나 나중에 지붕은 함석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산신당을 보기 위하여 본지 기자와 함께 동행한 (전) 마을이장 현관규씨는 "산제당이 단칸 건물이고 안에는 시멘트로 소박한 단을 만들어 놨을 뿐 다른 특별한 장식물이나 시설이 없고, 문짝은 볼품없는 판자문이며, 벽체가 많이 허물아져 낡았다"면서, "여건이 허락된다면 산신당을 다시 지어서 제사를 계속 모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산신제는 마을에서 공부를 많이 한 오르신이 음력 정월 초순 정도에 날을 잡고 제사를 지낼 제관을 선발하는데 특히, 제사를 지낼때 사용하는 술을 담그는 제주(혹은 주당)가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일단 제사 날짜가 잡히고 제관이 정해지면 제사 지내기 몇일전에 산제당에서 단지를 갖다가 미리 술을 담는데 발효기간이 짧아 숙성되지 않아서 감주 맞이 나는 것이 보통이다.

산신제사를 지내는 제관들은 사흘간 목욕재계하고 금기사항을 준수하며, 제사를 지내는 날 아침에는 미래 산제당 주변을 청소하고 계곡도 깨끗하게 손질하며, 해질 무렵 떡 등의 제물을 지게에 지고 세사람 정도 올라가서 제사를 올리게 된다. 

 

산신제를 지낸 다음 마을사람들은 장승제(노신제)를 준비하는데 보통 음력 정월 열 나흗날 저녁에 지낸다. 남자 장승은 양지에서 자란 소나무를 고르고 여자 장승은 음지에서 자란 것을 베어 만드는데 나무껍질을 다 벗기고, 글씨를 쓸 몸통부분은 평평하게 깍아내며 누, 코, 귀, 턱수염 등을 먹물로 그리며, 마을회관에서 작업을 진행해 오후정도에 완료하고 마을입구 길의 양쪽에 전에 있던 장승에 바짝 붙여서 미리 세워두게 된다. 또한, 솟대도 깍아서 함께 세우며, 왼 새끼줄로 금줄을 돌린다.

 

마을에서 선정한 장승제 제주들은 산신제를 지낸 제주들이 다시 제사를 지내게 되는데 금년도에는 박희근 이장(65세), 심상화 노인회장(75세), 전용범 (전) 마을총무 등 3인이 맡았다. 

장승제에 사용할 제물들은 떡을 기본으로 밤과 대추, 곶감 등 삼색실과, 통북어, 청수(냉수) 한사발로 산신제의 제물보다는 장승제의 제물이 다소 간소한 편이지만, 떡은 좀더 많이 하는 편이다. 장승제사를 다 지내면 마을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소지를 불에 태워 소원을 날려 보내는행사를 끝으로 절을 하고 장승제를 마무리하면 마을회관으로 내려와 마을사람들이 식사를 같이하며 행사를 마치게 된다.

금년도에 마을장승제는 마을입구에 마련한 장승 앞에서 지난 3월 2일(음력 1월 14일) 오후 5시에 진행했는데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제사가 올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큰 우산을 받쳐 들고 비를 막으며 예로부터 전례된 전통을 지키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감동적인 인상을 받게 한다.

이런 마을주민들의 정성들이 모여 만든 결과인지 몰라도 이 마을에는 전용학 (전) SBS 앵커(전 국회의원) 등 인재들을 배출한 마을로도 유명해 새삼 공동체 의식을 생각하게 하게 하는 마을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