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용 에세이] 오만과 편견의 계절, 우리가 잃어버린 '전체 그림'에 대하여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우리는 흔히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아름다운 로맨스로 기억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인식 오류에 대한 서늘한 경고가 숨어 있습니다.
주인공 다아시는 자신의 신분에 대한 '오만'으로 괴로워하고, 엘리자베스는 첫인상과 소문에 근거한 '편견' 때문에 진실을 보지 못합니다. 이처럼 오만과 편견은 단순히 개인의 감정 문제를 넘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리는 투명한 감옥과 같습니다.
편견의 본질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1986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광고 'Points of View'입니다. (유튜브에서 'The Guardian's 1986 'Points of view' advert'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좁은 화면 속에서 한 청년이 신사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폭력 사건의 한 장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카메라가 한 발 뒤로 물러나 전체를 비추는 순간, 진실은 완전히 뒤바뀝니다. 청년은 신사를 공격하려던 것이 아니라,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벽돌로부터 그를 구하려던 것이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첫 번째 각도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우리는 생명의 은인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자신을 구할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을 것입니다. 결국 편견은 타인에 대한 오해를 넘어, 편견을 가진 자 자신의 손해로 돌아오고야 맙니다.
이러한 비극은 역사의 현장에서도 반복되어 왔습니다. 박정희나 김대중 같은 현대사의 거목들을 평가할 때도, 우리는 흔히 보고 싶은 단면만을 선택해 '독재'나 '이념'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곤 했습니다.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채 한쪽 면에만 매몰되었던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많은 화해와 발전의 기회를 놓쳐왔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이러한 오만과 편견은 극에 달합니다. 요즘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 자신을 포함해서 유권자, 후보자, 지지자 우리 모두 오만과 편견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 색깔이나 단편적인 소문만으로 "저 사람은 절대 안 돼"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거나, "내가 무조건 옳다"는 은연중의 오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내가 옳다는 확신은 오만이 되고, 그래서 다른 의견은 틀렸다는 편견이 뒤따릅니다. 우리 후보만 옳다는 편견은 우리만 정답이라는 오만으로 강화됩니다.
이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과제입니다. 나도, 우리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유권자는 당 색깔만 보지 말고, 소문만 듣지 말고, 첫인상만 믿지 말고 전체를 보아야 합니다.
후보와 지지자들은 전체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혹시 은연중에 편견을 갖지 않았는지 수시로 뒤돌아봐야 합니다.
전체 그림(https://blog.naver.com/oskdy/224221485476 오만과 편견)을 보면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선거뿐만이 아닙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과 영화에서 보듯이 우리 일상 모든 곳에 오만과 편견이 있습니다.
개인 대 개인. 첫 만남에서 외모나 말투, 직업 하나만 보고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겠지'라고 결론 내립니다.
오래된 친구들 사이에서도 뭔가 한두 마디 오해로 인해 전체를 보지 못하고 틀어지곤 합니다. 그러다 좋은 친구를, 좋은 동료를, 좋은 인연을 놓칩니다.
기업과 개인. 회사는 이력서 한 장, 면접 30분으로 지원자를 판단합니다. 학벌 하나, 경력 하나만 보고 탈락시킵니다. 그 사람이 가진 진짜 능력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다 인재를 놓치고, 그 인재는 경쟁사로 갑니다. 한 각도만 보고 전체 그림을 보지 않으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다시 한번 볼까요. 가디언의 광고는 "전체 그림을 볼 때만 무슨 일인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끝을 맺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한 발 물러섬'의 지혜입니다. 편견을 가지기 전에, 다시 한번 보아야 합니다. 오만에 빠지기 전에, 다시 한번 보아야 합니다.
내 확신이 오만은 아닌지, 내 거부감이 편견은 아닌지 스스로를 경계할 때 비로소 진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전체를 보는 마음의 눈을 가질 때만, 우리는 비로소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