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게 몰아친 '박근혜 바람', 대전도 휩쓸렸다

5.31 지방선거 분석

2006-06-28     최성수 기자

- 열린우리당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
- 국민중심당,  충남 선전 불구 광역 실패
- 민주당, 대전 기초단체장 후보 못내

5.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을 위한 잔치로 막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광역단체장 석권, 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기초 압승에 이르기까지 선거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광역 한곳을 겨우 얻어 집권당으로 이해하기 힘든 참패를 당했다. 오히려 제3당인 민주당이 광역 두 곳을 지켜내 한나라당 견제역을 해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중심당은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에 실망이 크다. 어쨌든 잔치는 끝났다. 이제 잔치를 되돌아보고 그 주인공들을 만나볼 차례다.         <편집자>

   
▲ 이완구 충남도지사, 박성효 대전시장, 정우택 충북도지사 당선자<좌부터>
충청권은 선거 때마다 주목을 받는 곳이다. 대선에서는 캐스팅보트 역할로 킹메이커가 되고,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전시장만 하더라도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의 재선이 무난할 듯 보였으나 결과는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의 역전승이란 이변을 연출했다.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정당만 보고 찍는 이른바 묻지마(패키지)투표 강도가 약했다. 단체장의 경우 광역과 기초가 다른 결과가 충청권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의 바람은 거셌다. 한나라당은 대전에서 시장과 구청장, 시의원을 모두 장악했다. ‘박근혜 바람’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효과마저 잠재운 것이다. 한나라당은 대전시의원(16명)을 석권했고, 비례대표 시의원 3명 가운데 1명(나머지는 열린우리당, 국민중심당 각 1명)을 가져오면서 전체 시의원(19명)의 89.5% 인17명을 차지하였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는 한나라당, 자민련 각 9명, 민주당 1명으로 균형을 이룬데 비하면 압승 그 자체이다.

지난 총선에서 탄핵 바람을 업고 충청권을 노란 물결로 장식했던 열린우리당은 충남에서 기초단체장 3석, 충북 4석을 얻는데 그쳤다. 충남에서는 광역단체장 득표와 기초단체장 당선자가 국민중심당에도 져 3위로 밀리는 등 충청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충청 중심당을 표방한 국민중심당도 별반 내세울게 없다. 텃밭이랄수 있는 충남에서 기초단체장 7명 배출이란 성과를 올렸음에도 대전과 충북에서의 전무한 결과로 빛이 바랬다. 적어도 광역단체장 한곳은 차지했어야 창당의 명분을 살릴 수 있었다.
민주당도 대전시장 후보만 겨우 냈을뿐 기초단체장은 한곳도 내지 못했다. 민주노동당도 기대 이하의 실망스런 결과로 지방선거를 마감했다. 관심거리였던 동구 박병호 청장과 대덕구 김창수 청장은 무소속의 한계를 벗지 못한채 고배를 마셨다.

대전시장 박성효

“대전은 요” 박근혜 대표의 한마디가 박후보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할 정도로 박대표 테러의 최대 수혜자가 된 박성효 후보. 그에게는 공천 과정부터 행운이 따랐다. 당시 한나라당은 염시장의 대항마를 찾았으나 마땅한 후보가 나서지 않았다. 좀처럼 의중을 드러내지 않던 박후보는 당돌하게(?) 중앙당사에 후보로 등록, 광역단체장 후보중 첫 번째로 공천장을 받아냈다.

전국적인 한나라당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반등 조짐이 없자 염시장의 아픈곳을 건드리며 쟁점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반까지 격차를 유지하던 박후보가 반등의 계기를 잡은 것은 ‘당대표 테러’가 일어나고 부터다. 높은 정당지지도 속에서도 취약한 인지도로 고전하던 박후보가 전국적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여론조사 결과 혼전구도로 바뀌었고, 마침내 2%차 신승을 거두었다.
선거 운동기간 동안 박 당선자의 곁을 지키며 묵묵히 내조해 온 백기영 여사는 “당선이라는 큰 선물에 대한 기쁨은 잠시요, 시민께 다시 돌려드려야 하는 사랑과 기대, 열망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며 “남편이 훌륭한 대전시장이 될 수 있도록 사랑과 봉사로 최선을 다해 내조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충남도지사 이완구

터줏대감인 심대평 지사가 물러나면서 무주공산이 된 충남지사는 여론의 우위를 점하는 한나라당의 강세가 예상된 탓에 치열한 당내 경선이 관심거리였다. 당시 박태권, 전용학 전의원과 함께 3파전을 펼친 끝에 이완구 후보가 35표 차로 신승을 거뒀다. 여론조사로는 밀렸지만 역전극을 일궈낸 것이다. 석패한 박태권 후보측은 이의제기를 하였으나 선거전에 들어서는 오히려 힘을 모아주어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은 무난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본선은 4명의 후보가 나섰으나 1강2중 형태였고, 이는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열린우리당은 행자부 장관 출신인 오영교 후보를 전략공천으로 낙점, 행정도시 바람을 기대하였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히려 국민중심당 이명수 후보에게도 밀려 3위로 마감했다. 이명수 후보는 심지사의 후광을 기대하였으나 공천 과정부터 매끄럽지 못한데다가 너무 늦게 확정되는 바람에 아쉬움을 남겼다.

“금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출사표와 “강한 충남을 일구어 내겠다”는 당선 소감을 통해 이당선자는 “충남이 한반도의 중심이 되고, 나아가 다가올 동북아 시대의 중심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충북도지사 정우택

3선이 무난하던 이원종 충북지사가 갑작스런 정계 은퇴를 선언, 잠잠하던 충북 정가에 바람이 일으켰다.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예비후보들은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며, 결실은 정우택 후보가 맺었다. 이곳 역시 한나라당의 강세를 보인 탓에 예선전이 더 관심을 끌었지만 정후보는 한대수 청주시장을 압도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범덕 정무부지사를 중앙당 영입 1호로 입당식까지 열어주며 공을 들였지만 인지도와 정당지지도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민주노동당은 배창호, 국민중심당은 조병세 후보를 내세웠지만 변수가 되지 않았다.

충북 진천 출신인 정당선자는 김대중 대통령 당선후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친 경험을 토대로 지사직 인수위원을 구성, 도정을 심도있게 평가하고 그 바탕위에서 민선 4기의 새로운 비전을 공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