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궁내막증 재발 원인은 무엇?
유성선병원 부인과 변승원 전문의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어차피 재발하는 병인데, 굳이 위험한 수술을 해야 하나요?” 자궁내막증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다.
호르몬 치료로 통증을 억제하다가 약을 끊으면 다시 증상이 반복되는 경험을 한 환자들에게 수술은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자궁내막증에서 ‘재발’로 여겨지는 많은 경우는 실제 새로운 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 처음 수술에서 병변이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자궁내막증의 재발 원인에 대해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실제로 자궁내막증에서 재발로 여겨지는 많은 경우는 새로운 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 수술 당시 남아 있던 병변이 다시 증식한 경우에 해당한다. 즉,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재발’이라기보다 잔존 병변의 재성장에 가깝다.
특히 심부 침윤성 자궁내막증(Deep Infiltrating Endometriosis, DIE)은 복막 표면 아래 5mm 이상 깊이 침윤하며 자궁천골인대, 직장·질 중격, 직장·결장, 방광, 요관 등을 침범하는 중증 형태로, 전체 자궁내막증 환자의 약 20%에서 관찰된다. 이러한 병변은 풍부한 신경 분포와 섬유화 반응을 동반해 극심한 통증과 장기 기능 저하를 유발하며, 불완전한 수술 후 증상 재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5년 발표된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심부 침윤성 자궁내막증 환자에서 병변을 완전히 제거한 경우 재발률은 3.9%였지만, 일부 병변이 남은 경우 35.3%로 약 9배 높았다. 통증 개선 효과 역시 완전 절제군에서 더 우수하게 나타났다.
또한 최근 발표된 리뷰 논문들에서도, 자궁내막증 재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불완전한 수술적 제거를 지목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병변이 남아 있거나, 수술 과정에서 병변 세포가 복강 내 퍼지면서 새로운 병소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술 후 증상 재발이 반드시 ‘새로운 재발’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완전 절제 수술의 장기 예후 역시 긍정적이다. 장기 추적 연구들에 따르면, 완전 절제 후 10년 내 순수 재발로 재수술이 필요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보고된다.
호르몬 치료는 병변 자체를 제거하는 치료가 아니다. GnRH 작용제, 프로게스테론 제제, 경구피임약 등은 여성호르몬을 조절해 병변의 활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복용 중에는 통증이 완화될 수 있지만 약을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완전 절제 수술은 병변 자체를 제거해 통증의 원인을 직접 해결하는 근본 치료다. 한 번의 수술로 장기적인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경험 많은 의료진과 부인과·대장외과·비뇨기과가 함께하는 다학제 협진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술 자체보다 어디서, 누구에게 치료받느냐다.
특히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환자라면 치료 시기를 더욱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자궁내막증은 여성 불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2022년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심부 자궁내막증 여성의 자연임신율은 2~10% 수준으로 낮게 보고된다.
같은 연구에서 심부 자궁내막증 수술 후 평균 임신율은 52.6%로 보고됐으며, 상당수는 보조생식술 없이 자연임신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절한 수술이 통증 조절을 넘어 생식 기능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임신을 원하는 환자에게 무조건 약물치료만을 권유하는 것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수술을 미루는 사이 병변은 더 깊어질 수 있고, 요관·방광·직장 등 주변 장기 침범으로 수술 난이도는 높아지며, 동시에 가임 가능 시간 역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완전 절제가 무조건 광범위한 절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병변이 직장이나 방광, 요관 깊숙이 침범한 경우 무리한 절제는 배변·배뇨 기능 저하나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련 메타분석에서도, 광범위 장 절제술은 일부 환자군에서 보존적 수술보다 생식 예후가 불리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많이 제거하는 수술이 좋은 수술이 아니라, 병변의 범위와 임신 계획, 합병증 위험을 모두 고려한 맞춤형 절제 전략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결국 자궁내막증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수술 여부가 아니다. 정확한 영상 평가를 통해 병변의 범위를 파악하고, 경험 있는 의료진이 이를 면밀히 분석한 뒤, 필요한 범위만큼 정확하게 제거하는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
“자궁내막증은 원래 재발하는 병”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완전 절제가 이루어진 경우와 불완전 절제가 이루어진 경우는 결과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재발’이라고 부르는 많은 경우는 새로운 병변의 발생이라기보다, 처음 수술에서 남겨진 병변의 재성장, 즉 불완전한 수술의 결과일 수 있다.
수술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불완전한 치료를 선택하거나, 근본 치료 없이 약물에만 의존해 병을 방치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자궁내막증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수술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정확하게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