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현 칼럼]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자세로 민주당의 품격을 되찾자
- 윤철현 (민주당 세종시 갑지역위원회 고문, 실버위원장), 춘풍추상(春風秋霜),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노무현이 뿌리고 이해찬이 지켜온 세종시. 이곳에서 민주당의 당원으로 살아온 시간은 내게 깊은 자부심이었다.
당원으로서의 삶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자부심은, 우리 당이 추구하는 정의와 공정이라는 가치가 곧 나의 자긍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아침, 나는 민주당 당원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기가 어려웠다. 어제 접한 한 기사 때문이다.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일원이었던 인사가, 공관위원직을 사임하자마자 재심이 진행 중이라 공석인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는 소식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이번 사태는 민주당이 그간 쌓아온 정서나 DNA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공천의 공정성을 심사해야 할 위치에 있던 사람이, 그 자리를 내려놓자마자 스스로 그 자리에 뛰어드는 행위는 ‘이해충돌’의 전형이자, 누가 보아도 ‘셀프 공천’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사다.
민주당에는 이미 뼈아픈 ‘흑역사’가 존재한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해찬 의원 등 당의 핵심 인사를 공천 배제하는 강수를 두었음에도, 정작 자신은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아 ‘셀프 공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당 안팎에서는 “이 결정 하나로 10석은 날아갔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그때의 교훈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
역사를 잊은 조직에게 미래는 없다
비스마르크는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에서 배우고, 지혜로운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고 했다. 그렇다면 경험에서도, 역사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이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중국을 재건한 모택동은 장개석에게 쫓기는 절체절명의 ‘대장정’ 속에서도 수레에 책을 싣고 다녔다. 그가 유독 아꼈던 북송 사마광의 역사서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정치(治)에 도움이 되는(資) 거울(鑑)’이라는 뜻이다.
모택동이 역사를 통해 천하를 다스리는 도리를 배웠듯, 정당 또한 과거의 과오를 거울삼아 현재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자세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너그럽게 대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이 말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에 반드시 새겨야 할 금과옥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 탓이나 핑계가 아니다. 스스로를 향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성찰’이다. 우리 당이 공정이라는 가치를 다시 세우려면, 나부터, 우리부터 엄격해져야 한다. 그래야 나의 부끄러움이 다른 당원들의 몫이 되지 않고,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민주당의 DNA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엄정함에 있다. 부끄러움을 아는 당원들이 더 많아질 때, 민주당은 비로소 다시 세종의 자부심으로, 대한민국의 희망으로 거듭날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 모두 ‘춘풍추상’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