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유전자 가위 ‘가위질 속도’로 바이러스 판별... 차세대 RNA 진단 기술 개발

2026-04-26     이성현 기자
크리스퍼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유전자 가위의 반응 속도를 정밀 설계하고 여러 바이러스와 그 변이를 동시에 찾아내는 혁신적 진단법을 선보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손성민 교수팀이 미국 UC 버클리 및 글래드스톤 연구소와 유전자 가위의 반응속도를 이용한 다중 바이러스 식별 RNA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Cas13’으로 불리는 유전자 가위 단백질이다. 특정 유전자를 추적해 절단하는 이 단백질은 목표 RNA를 포착하면 주변을 자르며 형광 신호를 내뿜는 성질이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가 타깃과 결합할 때 바이러스마다 ‘절단 속도’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했다.

미세 물방울 속에서 분자 단위를 관찰한 결과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가이드 RNA와 표적의 조합에 따라 고유한 속도 패턴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이러한 속도 차이를 디지털 바코드처럼 활용하는 ‘키네틱 바코딩’ 기술을 개발했다. 반응 속도 자체를 식별 신호로 읽어내기 때문에 단 한 종류의 유전자 가위만으로도 다수의 바이러스와 변종을 한꺼번에 가려낼 수 있다.

특히 가이드 RNA의 설계를 변경해 가위질 속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는 이론적으로 수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동시에 판별할 수 있는 무한한 확장성을 갖췄다.

검사 절차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기존에는 RNA를 분석 가능한 DNA로 변환하는 ‘역전사’ 과정이 필수적이었으나 이 기술은 RNA를 있는 그대로 즉시 검출한다.

실제 임상 샘플 적용 결과 단 한 번의 반응으로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변이들을 정밀하게 식별해내는 데 성공했다.

손성민 교수는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감염병을 현장에서 한 번에 진단하는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