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을 밝힌 건 ‘이웃의 온기’… 세종시 조치원 정전 현장에 피어난 희망
- "혼자가 아닙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구호 물품 - 이름 없는 시민들의 발걸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 세종시 "완전한 복구까지 행정력 총동원할 것"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5월의 푸르름이 가득해야 할 어린이날,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아파트 단지는 여전히 멈춰 선 가전제품과 불 꺼진 거실로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적막을 깨고 아파트 입구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트럭들과 사람들의 발길이 있었다. 바로 갑작스러운 화재와 정전으로 고립된 이웃을 돕기 위해 달려온 '희망의 손길'들이다.
5일 오전 11시, 현장 상황실 앞에는 이웃들의 배고픔과 불편함을 달래줄 물품들이 속속 도착했다.
정전으로 인해 끼니 해결조차 쉽지 않은 주민들을 위해 하나은행 충청하나그룹은 두유 5,500개를, 용암골 식당은 시원한 생수 5,000병을 보냈다. 영마트에서 보내온 컵라면 1,000박스는 조리가 어려운 가정의 든든한 한 끼가 되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다이소와 시민들이 기부한 LED 조명들이었다. 캄캄한 밤, 집안에서 발을 떼기조차 무서웠을 주민들을 위해 전달된 1,500여 개의 등불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안전'이라는 이름의 선물이 되었.다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지난 4일, 조치원읍에 사는 한 주민은 양손 가득 빵과 음료, 그리고 LED 조명을 들고 상황실을 찾았다. 새롬동에서 달려온 또 다른 시민 역시 조명을 기부하며 이웃의 아픔에 동참했다.
지난 2일 재해구호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를 시작으로 농협은행, 이통장연합회, 자이아파트 부녀회, 그리고 지역 한방병원과 라이온스클럽에 이르기까지, 세종시 전역이 거대한 ‘나눔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듯한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아파트 주민은 "전기가 끊겨 막막했는데, 문 앞에 놓인 생수와 조명을 보니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우리가 잊혀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힘이 납니다"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온정으로 버티는 동안, 현장의 기술진들은 복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기 안전 업체는 이미 변압기 교체와 차단기 설치를 마쳤다. 현재는 오는 6일 전력 공급을 목표로 거미줄처럼 얽힌 배선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국전력 역시 비상발전차량 3대를 전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이동형 발전차를 통해 아파트 급수시설을 가동하는 등 주민들의 최소한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하균 세종시장 권한대행은 현장을 둘러보며 기부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예기치 못한 사고로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지역사회의 나눔은 가장 큰 위로가 됩니다. 기부에 동참해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불 꺼진 아파트 단지에 스며든 것은 차가운 어둠이 아니라, 서로의 손을 맞잡은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조치원의 전등이 다시 켜지는 그 순간까지, 세종시의 '온정 릴레이'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