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맞선 충남 농어촌공사의 ‘철통 방어’
- 디지털 기술 동원해 수해 제로(Zero) 도전 - "물길이 열려야 마음도 열리죠"…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 - 충남 13개 지사, '재난 없는 여름' 위해 총력전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마른 흙먼지가 날리던 논둑에 마침내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5월의 어느 오후. 충남 공주시 탄천면 장선배수장 일대는 평화로운 풍경과는 달리 긴박한 움직임으로 가득했다.
4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가혹했던 충남의 집중호우 잔상을 지우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가 신발 끈을 조여 맸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배수장 펌프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굵은 땀방울을 닦아내며, "지난 몇 년간 하늘이 무너질 듯 비가 쏟아질 때마다 애써 키운 자식 같은 농작물이 잠길까 봐 밤잠을 설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공사 사람들이 일찌감치 나와서 배수로 바닥까지 싹 긁어내고, 기계 점검하는 걸 보니 마음이 좀 놓인다면서 물길이 시원하게 뚫린 걸 보니 이제야 진짜 농사지을 맛이 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눈에 비친 배수장은 단순한 시설물이 아닌, 생존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였다.
이날 현장을 찾은 주영일 수자원관리이사는 직접 시설물 구석구석을 살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이번 점검은 단순히 육안으로 살피는 수준을 넘어섰다.
AI 기반의 예측 강우량 분석 시스템과 드론이 투입되어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사각지대까지 정밀하게 진단했다.
주영일 이사는 "기후위기 시대에 수리시설의 안전은 곧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며, 이제는 경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세심한 관리와 선제적인 점검이 필수입니다. 단 한 건의 재해 사고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충남지역본부(본부장 박재근)의 행보는 장선배수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천안지사를 비롯한 관내 13개 지사는 이미 233개의 저수지와 690개의 양수장에 대한 대대적인 검진을 마쳤다.
특히 침수 피해의 핵심 열쇠인 224개 배수장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 집중 점검을 완료할 계획이다.
4년 연속 재난의 아픔을 겪은 충남 지역인 만큼, 공사는 민·관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 재난 관리의 '골든타임'을 사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배수장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농수로를 따라 흐르는 맑은 물 소리가 경쾌하다. 첨단 기술과 현장의 땀방울이 만난 이곳 충남에서, 올해만큼은 수마(水魔)의 눈물 대신 풍년의 웃음꽃이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