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대전교육감 선거, 이리들 영역 싸움으로 변질?

2026-05-28     이성현 기자
사전투표함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교육감 선거판이 네거티브로 급격히 혼탁해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현직 교육감의 3선 연임 제한으로 12년 만에 ‘현역 프리미엄’이 사라진, 완전한 무주공산(無主空山)이다.

그러나 호랑이가 떠난 빈자리에, 이제는 ‘정책’이라는 이름의 다른 호랑이가 아닌 ‘네거티브’라는 이름의 이리들이 모여 영역 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보들은 저마다 ‘정책 선거’, ‘클린 선거’를 외치며 대전교육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학교 신설, 특수교육 과밀 해소, 교육 생태계 전환 등 무수한 공약들이 쏟아질 때만 해도 이번 선거가 아이들의 미래를 논하는 건강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현재, 대전교육의 백년대계를 고민하던 목소리는 완전히 묻혀버렸다.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후보들은 물론 지지자들조차 거친 네거티브와 진영 논리만 펼치고 있다. 간간이 대전 교육을 위한 정책 공약도 발표되곤 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흑색선전과 이슈에 완전히 묻혀 유권자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장 먼저 불이 붙은 곳은 진영 내 갈등과 이념 프레임이다. 중도·보수 진영에서는 단일화 무산에 따른 책임 공방이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특정 후보를 향해 “시민에게 죄를 짓는 일”이라는 거친 비판이 쏟아지는가 하면, 상대의 현수막 색깔이 보수진영에서 사용하는 색이 아니라는 것을 문제 삼아 정체성 의문을 제기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정작 현수막 색깔을 걸고 넘어지며 색깔론을 폈던 해당 후보 역시 자신도 파란색 현수막을 버젓이 사용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오직 상대 후보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데 집중하는 소모적인 공방이었음을 자인한 꼴이다.

진보 진영을 향한 프레임 공세도 수위가 높다. 최근 지역 맘카페와 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급식 불안론’이 대표적이다.

‘특정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면 급식 파업 사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내용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해당 후보 캠프는 “허위 사실이자 구태의연한 색깔론”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교육 현장의 갈등 해결 능력을 검증해야 할 토론의 장이 ‘누구 탓’인지 따지는 법정 공방의 전초전으로 변질된 셈이다.

급식 파업 사태를 중재하겠다며 나섰던 한 후보의 갈지자(之) 행보 역시 씁쓸함을 남긴다. 선거 초기에는 노조와 교육청 간의 '합리적 중재자'가 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더니,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입장을 선회해 학부모의 편에 선 것이다. 교육 현장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풀어갈 철학 대신, 급식 공백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표심만을 의식해 급격히 입장을 선회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후보 캠프 간의 설전이 지지자들의 맹목적인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SNS 공간에서는 후보 지지자들끼리 날 선 언쟁을 벌이며 서로를 헐뜯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특히 각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은 일부 열성 지지자들에 의해 이미 ‘확증편향의 늪’으로 변질됐다.

후보자의 정책을 응원하거나 제안하는 건전한 정책 토론은 커녕, 상대 후보를 향한 비방과 카더라식 폭로가 수시로 공유되며 갈등을 부추기는 발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선거가 자신의 후보를 띄우기 위해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비난전으로 오염되는 순간이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자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가장한 ‘부동산 투기 의혹’ 공방까지 가세하며 진흙탕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가 공개한 재산신고 내역을 빌미로 다주택과 다수의 상가 건물을 보유한 특정 후보의 자산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쟁 후보 측은 수십억 원대 채무와 임대보증금을 낀 ‘갭투자’ 의혹을 제기하며 "교육 공공성의 상징인 교육감 후보로서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에 해당 후보 측은 오해라며 해명하거나 적법한 재산 형성이라고 방어에 나섰지만, 정책을 짚어야 할 TV 토론회에서 이같은 공세가 펼쳐지는 것만으로도 지켜보는 유권자들은 채널을 돌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웃 동네 구청장 선거에서 시작된 선거법 위반 의혹과 고발 사태마저 교육감 선거로 옮겨붙었다.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켜야 할 교육감 선거가 일반 지방선거의 정당 간 난타전에 휘말리며 진흙탕 싸움의 정점을 찍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상대 후보의 정치권 연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한 후보는 정작 본인이 전직 대통령의 대전시장 후보 캠프 방문 현장에 나타나는 등 정치적 행보를 보여 일부 매체에서 ‘내로남불’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후보 측은 “과거 해외 기관 재직 장시 브라질 순방을 지원했던 인연으로 예의를 차려 인사만 드렸을 뿐, 오해를 사지 않으려 선거운동복까지 벗고 양복을 입었다”며 정치적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타 후보의 정치 결탁을 맹비난해 온 당사자가 굳이 일반 지방선거 특정 후보 지지세력 결집 현장을 찾아 제 발로 오해를 샀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비판까지 지워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추가 TV 토론회 개최 여부를 두고도 후보들이 서로 주사위를 굴리며 유불리를 따지는 모습까지 더해지며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누구보다 도덕적이고 모범적이어야 할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가 일반 정치판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며 유권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남은 선거기간이라도 후보들은 네거티브 공세를 멈추고 자신이 대전 교육의 수장으로서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증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지금, 결국 이 혼탁한 선거 국면에서 길을 잃지 않아야 할 주체는 유권자다. 후보들이 쏟아내는 네거티브 공세의 이면에 숨겨진 ‘우리 아이들의 4년 뒤 교육 환경’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후보자의 단순 의혹 공방보단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재원 마련 계획 등 구체적인 데이터에 주목하는 ‘꼼꼼한 검증’의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