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農心)과 여심(女心)이 만났다”... 충남농촌 상생 현장을 가다

- 방치된 폐기물 거두고, 영농차량 고치고 충남세종농협·농가주부모임·금산인삼농협 - 고유가 시름 잊게 한 ‘찾아가는 정비소’... 금산 농민 350여 명의 환한 미소

2026-05-30     최형순 기자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충남 당진시의 한 들녘. 농번기를 지나며 분주해진 농가 주변으로 밀짚모자를 깊게 눌러쓴 이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농가주부모임 충남세종연합회(회장 오정순) 회원 30여 명과 충남세종농협(본부장 정해웅) 임직원들이 펼친 ‘영농後 환경愛’ 환경정화 현장이다.

지난 4월 말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의 첫 발걸음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이번 캠페인은, 영농철 이후 자칫 방치되기 쉬운 농촌의 ‘숨은 흉물’을 찾아내는 데 집중됐다.

한 농가주부모임 회원은 “영농철이 지나면 논밭 구석구석에 폐비닐이나 폐농약 용기가 쌓이기 마련이고, 우리 손으로 가꾼 땅을 우리 손으로 깨끗하게 되돌려놓는 것만큼 보람찬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들녘과 농가 주변을 샅샅이 누비며 약 30kg에 달하는 영농폐기물을 수거했다. 허리를 숙여 흙 묻은 폐비닐을 걷어내고 방치된 용기들을 포대에 담는 이들의 얼굴에는 금세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활동에 앞서 이들은 ‘농심천심(農心天心), 여심(女心)이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범국민 농심천심 운동 확산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지며, 단순한 청소를 넘어 농촌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오정순 회장은 “깨끗한 농촌 만들기에 동참하게 되어 뜻깊다”며, “앞으로도 농촌 환경 지킴이 역할은 물론, 농촌 위기를 극복하는 운동에 여심(女心)을 모아 앞장서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보다 이틀 앞선 26일, 금산군 새금산지점 인근 공영주차장은 마치 거대한 ‘야외 자동차 정비소’로 변신했다. 금산인삼농협(조합장 강상묵)이 농협네트웍스와 손잡고 마련한 ‘농업인 영농차량 무상점검’ 현장이었다.

고유가와 영농자재비 상승으로 농가의 시름이 깊어가는 요즘, 농민들의 가장 든든한 발이자 손이 되어주는 ‘영농차량’을 무상으로 고쳐준다는 소식에 이른 아침부터 350여 대의 차량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현장에는 강상묵 조합장을 비롯해 송병환 농협네트웍스 대표이사, 박민호 금산군지부장, 유한동 농협생명충남세종총국장 등이 참석해 농민들의 손을 맞잡고 위로와 응원을 건넸다.

농협네트웍스에서 파견된 베테랑 차량점검 엔지니어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마의 땀을 닦아가며 와이퍼, 워셔액, 오일, 냉각수, 전구 등 소모품을 아낌없이 교체했다.

타이어 공기압을 맞추고, 부분 도색과 실내 소독까지 꼼꼼하게 마친 차량이 출고될 때마다 농민들의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한편에서는 농협생명충남세종총국이 준비한 시원한 음료 차량이 대기 중인 농민들의 갈증을 달래주며 현장의 훈훈함을 더했다.

한 노령 농민은 “기름값도 오르고 차 고치러 읍내까지 나가기도 번거로웠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 공짜로 싹 봐주니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며, 이제 안심하고 밭에 나갈 수 있겠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강상묵 금산인삼농협조합장은 “농촌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영농차량 무상점검은 적기 영농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상생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농업인들의 영농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농가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농협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농촌의 환경을 맑게 씻어낸 당진의 ‘초록빛 손길’과 농민의 발을 든든하게 고쳐준 금산의 ‘망치 소리’. 충남 곳곳에서 피어난 상생의 땀방울이 위기의 농촌을 지탱하는 가장 따뜻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