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산하기관 부산 이전 추진에 거세게 요동치는 세종시 아름동

- "협업 위해 이전? 그렇다면 서울·부산 기관도 세종 와야" 논리적 모순 지적 - 850여 명 종사자 이탈 위기… "아름동 상권은 생계가 걸린 절벽" - "살 만해서 안 나오는가"… 세종시민 향한 뼈아픈 쓴소리도

2026-06-02     최형순 기자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1일 오전, 세종시 아름동 일대. 한때 정부 부처 공무원들과 산하기관 직원들로 활기를 띠었던 상권 거리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작년 해양수산부(해수부)의 강제 부산 이전에 이어, 이번에는 아름동에 위치한 핵심 산하기관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과 한국항로표지기술원마저 부산으로 추가 이전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5월 26일 국무회의를 통해 「부산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제정한 이후, 세종시 시민사회와 지역 상권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이에 세종사왕 시민연합회와 '해수부 시민지킴이단'은 이날 오전, 옛 해수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산하기관 이전 추진을 강력히 규탄했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윤영상 세종사랑시민연합회 사무차장은 "작년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법적 근거와 타당성 조사도 없이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수부가 강제 이전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 "당시 이전을 주도했던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은 곧바로 부산시장에 출마했다"며, 우려했던 '선거용 부처 이전'이 현실화되었다고 날을 세웠다.

윤 사무차장은 정부가 내세운 '해양 관련 부처·기관은 항만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부 부처 간 협업을 위해 해수부가 세종에 있어야 함에도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이전을 강행했다. 만약 그 논리대로 협업을 위해 산하기관을 옮겨야 한다면,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업을 위해 서울에 있는 콘텐츠진흥원이나 부산에 있는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도 모두 세종으로 이전시켜야 맞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터져 나온 목소리는 '생존권 위기'였다. 해수부 산하기관이 빠져나갈 경우 세종시, 특히 아름동 상권이 입을 타격은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전 대상 기관의 종사자는 약 850명에 달하며, 작년 해수부 이전에 따른 세종시 내 경제유발효과 감소액만 이미 약 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름동 상인들을 대표해 발언대에 선 문찬우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기관 이전은 단순히 장기판 위에 말 하나 옮기는 장난이 아니다. 수백 명의 종사자와 그 가족들의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이며, 이들과 함께 경제를 이루어온 세종시민과 아름동 상인들의 생계가 걸린 일이다. 이를 한순간에 밀어붙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윤경 해수부 시민지킴이단 단장 역시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며 "세종의 미래와 행정수도, 그리고 국가 균형발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행동하겠다"고 연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현장에는 세종시 노인회의 수석부회장도 참석해 자유 발언을 이어갔다. 이 수석부회장은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명품 도시로 시작된 세종시가 정치권의 정쟁 도구로 전락한 현실을 개탄하며, 다소 가라앉은 시민사회의 참여율에 뼈아픈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지금 몇 분이 나와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사실 세종시민들이 다 같이 나와서 외쳐야 한다. 상권도 아직 살 만하니까 안 나오는 것인가. 이 지킴이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외쳐야 남들이 알아듣는다. 정치권이 장난을 치는데 모두가 뭉쳐서 시민 설득 운동을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기자회견이 진행된 건물 벽면에는 과거 '해양수산부' 대신 현재는 '기획예산처'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윤영상 사무차장은 "저 간판을 보는 순간에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해수부 시민지킴이단은 "행정수도로서 법적 지위를 갖추기도 전에 부처 빼내기가 자행되고, 이제는 산하기관까지 빼내가려는 음모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정부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4가지 요구사항을 강력히 촉구했다.

하나,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과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의 부산 이전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객관적 타당성 검증을 실시하라.

하나, 해수부 및 산하기관 이전에 따른 세종시 경제와 행정 효율성 영향을 공개 평가하라.

하나, 국회와 정부는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행정수도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에 즉각 나서라.

하나,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은 시민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초당적 대응체계를 구축하라.

일방적인 균형발전 논리에 밀려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세종시민들의 분노와 절박함이 정부의 귀에 닿을지, 향후 세종시와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대응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