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인간 장 오가노이드’ 원천기술 이전…83억 규모 계약

2026-06-02     이성현 기자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약물치료로 회복이 어려운 난치성 장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인간 장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기술을 민간 기업에 대규모로 이전하며 상용화에 본격적인 속도를 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손미영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인간 장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 및 약물평가 플랫폼 원천기술’을 총 83억여 원(선급금 및 마일스톤 등) 규모의 기술료 조건으로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전문기업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에 이전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손미영 박사 연구팀이 2018년과 2024년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연구 성과와 핵심 특허 3건, 그리고 제조·품질평가·동결보관 SOP 등의 노하우를 통합한 패키지 이전이다.

개별 특허 이전에 그치지 않고, 연구실 수준의 원천기술을 기업의 임상개발 역량과 연결해 실제 치료제 개발 단계로 진입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 점막은 음식물, 미생물, 면역세포와 끊임없이 접촉하는 복잡한 조직이어서 실제 장과 유사한 성숙도와 품질 유지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체외에서 제작한 3차원 오가노이드는 균질성, 재현성, 대량 공급의 한계가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완성했다.

고성능 성숙 장 오가노이드 제조 기술은 인간 전분화능줄기세포를 바탕으로 IL-2 기반 성숙화 공정을 거쳐 실제 사람의 장과 유사한 구조·기능을 갖춘 치료제를 만드는 기술이다. 또 생착 및 재생능력 강화 기술로 오가노이드 주변의 기질세포 분획을 분리·배양하고 조직 재생 인자를 활용해 이식 후 체내 생착률과 혈관화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화학적 조성이 명확한 2차원 배양법을 통해 3D 오가노이드로부터 장 줄기세포 집합체를 분리·농축해 대량·장기 배양 및 동결보관·해동이 가능하도록 해 균질성과 공급 문제를 개선했다.

이 기술을 통해 사전에 사서 보관했다가 환자에게 필요할 때 즉시 투여할 수 있는 기성품(Off-the-shelf) 형태의 동종·범용형 세포치료제 발전 기반이 마련됐다.

기존 치료법이 단순히 염증과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데 머물렀다면 이번 오가노이드 치료제는 손상된 장 점막 조직의 재생을 직접 유도한다. 따라서 염증성 장질환, 방사선 장염, 베체트 장염 등 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대안이 될 전망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이 기술을 약물의 효과와 독성을 정밀하게 평가하는 첨단대체시험법(NAMs) 플랫폼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신약 개발 단계에서 실제 사람의 장 환경을 모사함으로써 동물실험을 줄이고 비임상 평가 체계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손미영 박사는 “이번 기술이전은 생명연의 원천기술과 기업의 상용화 역량이 결합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후속 연구 의지를 밝혔다.

권석윤 원장은 “앞으로도 국민 건강 증진과 국가 바이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 개발과 사업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