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한·아태 첫 국제 공동연구 성료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독자 기술로 구축한 가속기 시설을 활용해 동남아시아 주요국에 난치암 진단 및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핵심 기술을 전수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30MeV(메가전자볼트)급 중형 사이클로트론 ‘RFT-30’을 활용한 ‘한·아태지역 국제 공동연구 지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는 아·태원자력협력협정 사무국(RCARO)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안해 2024년 하반기부터 진행 중인 ‘한·아태 국제 공동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사업 착수 이후 대한민국 현지 시설에서 진행된 첫 번째 공동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 주요국들은 경제 성장과 함께 국가 차원의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위해 대형 가속기 구축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가속기 운영 기술 미비와 유지보수 문제로 실제 가동에는 큰 애로를 겪어왔으며 이에 따라 한국에 지속적인 기술 공조를 요청해 왔다.
이에 원자력연은 인도네시아혁신청(BRIN)과 태국원자력연구원(TINT)의 핵심 연구진을 초청해 약 한 달간 실무 연구를 전개했다.
양국 연구진은 사이클로트론 시스템의 기초 운용부터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및 분리정제 기술까지 아우르는 고난도 실무 과정을 완수했다.
구체적으로 기술 자립을 최우선 목표로 둔 인도네시아혁신청 연구진은 사이클로트론 시스템 운용과 빔 진단 측정 기술 분야 공동 연구에 집중했다.
반면 현지에서 가속기 이용연구에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던 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은 난치암 치료 등에 필수적인 동위원소 생산 및 분리정제 기술의 실증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했다.
공동연구의 핵심 장비인 ‘RFT-30’은 2013년 설치 및 성능 검증을 완료하고 2014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 개발 30MeV급 사이클로트론이다. 양성자를 초고속으로 가속해 의료용 및 연구용 필수 방사성동위원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연구원의 핵심 가속기 시설이다.
현재 RFT-30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암 진단에 쓰이는 에프-18(F-18), 엔-13(N-13), 씨-11(C-11)을 비롯해 난치성 암 진단용 지르코늄-89(Zr-89), 게르마늄-68(Ge-68)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지르코늄-89는 2018년 국산화 성공 이후 국내 병원·대학·기업에 공급돼 왔으며 최근에는 중국 수출길까지 열어 국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번 공동연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 정부 간 협력체로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등 2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태원자력협력협정(RCA)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우리 기술을 확산하는 첫 번째 실증 협력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원자력계의 주목을 받았다.
원자력연은 이번 성과를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태국 및 인도네시아와 매년 정기적인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향후 RCARO 22개 회원국 전체로 기술 협력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박정훈 사이클로트론응용연구실장은 “이번 원자력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가속기 기술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널리 각인시켰다”며 “이를 발판 삼아 우수한 국산 방사선 설비와 의료 장비들이 거대한 아시아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하는 중요한 교두보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