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AI 데이터센터 냉각 전력 10분의 1로 줄인다

2026-06-16     이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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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김성진 교수 연구팀과 AX학과 이익진 교수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칩 내부에 초고효율 액체 냉각 시스템을 집적하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고성능 AI 반도체는 연산 속도가 빨라질수록 칩 단위 열유속(단위 면적당 분출되는 열량)이 급격히 높아진다. 기존의 공기 냉각(공랭) 방식이나 칩 외부 금속 냉각판 방식은 열이 여러 재료층을 거쳐 빠져나가야 하므로 초고열유속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반도체 칩 내부에 냉각수를 직접 흘려보내는 액체 냉각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연구팀이 주목한 ‘매니폴드 마이크로채널(MMC)’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미세 물길에 냉각수를 흘리는 동시에 냉각수를 여러 경로로 나누어 공급·회수하는 배관 구조(매니폴드)를 결합한 기술이다.

일상생활에 비유하면 전국의 택배 물량을 한 곳에서만 발송하는 대신, 여러 지역의 거점 물류센터로 분산해 동시 배송하는 것과 같다. 냉각수가 이동해야 하는 절대적인 거리가 대폭 짧아지기 때문에, 물길을 밀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펌프 전력) 소모를 극도로 아낄 수 있는 구조다.

기존 연구는 냉각수가 특정 채널에만 쏠려 칩 일부가 뜨거워지는 불균일 온도 문제가 고질적이었다. 미세 물길을 너무 좁히면 열은 잘 빠지지만 압력이 세져 펌프 전력이 치솟는 모순이 있었다.

연구팀은 유로의 폭, 높이, 형상 등 설계 변수를 ‘다중 충실도 최적화’ 알고리즘과 3차원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밀 정렬함으로써, 압력 손실은 줄이고 칩 전체 온도는 균일하게 식히는 최적의 구조를 찾아냈다.

최적화된 유로 구조를 실제 실리콘 웨이퍼에 구현해 성능을 검증한 결과는 놀라웠다. 상온의 물을 끓이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는 조건에서 2000W/cm²(면적당 전력량) 이상의 초고열유속을 완벽히 제거하면서도 반도체 접합 온도를 안전 기준인 100°C 이하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투입한 펌프 에너지 대비 제거된 열량을 뜻하는 냉각 성능계수(COP)는 무려 10만6000을 기록했다. 이는 냉각에 단 '1'만큼의 전력을 썼을 때 그 10만6000배에 달하는 열을 식혔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지난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던 기존 세계 최고 효율 기준보다도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즉 동일한 냉각 성능을 내는 데 필요한 펌프 전력이 기존의 10분의 1로 급감한 것이다.

이번 성과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현장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기존의 고발열 냉각 연구들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이아몬드 같은 초고가 소재를 쓰거나 액체를 끓이는 복잡한 상변화 방식에 의존해 비용과 공정 복잡도 면에서 한계가 컸다.

반면 연구팀의 기술은 오직 일반 ‘상온의 물’만 사용하며 반도체 생산라인의 기존 공정과 100% 호환되어 추가 설비 투자 없이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용 칩에서 검증을 마쳤으며 이 설계 원리를 현재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대형 GPU·TPU 칩 크기의 대면적 냉각판에 투영한 결과 기존보다 30% 이상 향상된 냉각 성능을 실전 확인했다.

향후 엔비디아(NVIDIA)가 예고한 차세대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급의 초고성능 칩 발열 관리에도 핵심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기술은 AI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고성능 컴퓨팅(HPC), 3차원 적층 반도체 패키징, 전기차 인버터 등 다양한 전방 산업계의 열관리 사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진 교수는 “AI 시대에는 반도체 자체의 연산 성능을 높이는 것보다, 거기서 발생하는 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이번 기술이 글로벌 AI 인프라의 전력 소비와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핵심 기술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