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악성 뇌종양 ‘교모세포종’ 치료 반응 예측 플랫폼 소개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가장 흔한 악성 뇌종양인 동시에 현대 의학에서 가장 치료가 까다로운 암으로 꼽히는 ‘교모세포종’의 항암제 반응을 사전에 예측하고 환자 개인별 대체 치료 전략까지 수립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정밀의료 플랫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KAIST 윤기준 교수, 충남대 김경환·김남식 교수, 서울아산병원 장세진 교수 공동연구팀이 환자의 암세포를 그대로 재현한 ‘환자 유래 교모세포종 오가노이드(GBO)’를 활용해 항암제 저항성을 진단하고 대체 치료 후보 약물까지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환자마다 유전적·생물학적 특성이 극명하게 달라 지난 20년 넘게 표준 치료제로 쓰인 항암제 ‘테모졸로마이드’를 투여해도 환자의 절반 이상이 약물에 반응하지 않고 재발하는 치명적인 암이다. 평균 생존 기간은 약 1년에 불과하다.
기존 임상에서는 치료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환자의 ‘MGMT 유전자 메틸화’ 여부를 검사해 왔으나 이는 실제 환자의 치료 결과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아 사전에 정밀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환자 본인의 암세포를 체외에서 먼저 시험해 볼 수 있다면 가장 정확할 것'이라는 의문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수술 직후 채취한 종양 조직을 3차원 배양 환경에서 키워 만든 ‘교모세포종 오가노이드(GBO)’를 구축했다.
이 미니 종양은 환자 본래 종양의 조직학적 특징은 물론, 유전자 상태를 보여주는 유전체 및 전사체(세포 내 모든 RNA 분자의 총합) 특성까지 안정적으로 보존한다.
연구팀은 2021년부터 다기관 뇌종양 센터와 협력해 총 59개 검체에서 36개 GBO 라인을 구축해 바이오뱅킹(자원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중 18개 오가노이드 라인을 대상으로 테모졸로마이드 약물감수성 검사를 수행해 각 환자의 실제 임상 경과와 비교한 결과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다. 오가노이드의 약물 반응성이 환자의 무병진행생존기간(질병이 악화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과 직결됐으며 실험 결과와 실제 환자의 임상 반응이 100% 일치한 것이다.
이는 기존 MGMT 메틸화 검사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로 치료 반응을 예측해 낸 성과다.
연구팀은 단순한 예측을 넘어 표준 항암제에 저항성을 가진 환자들을 위한 대체 치료 전략도 찾아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 스크리닝을 통해 대체 후보 약물들의 항종양 효과를 검증한 결과 국산 폐암 신약으로 잘 알려진 ‘레이저티닙(lazertinib)’이 교모세포종 증식을 강력하게 억제함을 밝혀냈다.
특히 레이저티닙은 교모세포종 오가노이드를 이식한 생쥐 뇌 동물모델 실험에서도 종양의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테모졸로마이드 저항성 교모세포종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후보 물질임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이 플랫폼이 임상에 완전히 도입되면 환자는 수술 후 4주 이내에 자신의 오가노이드 검사 결과를 확인하여 본인에게 딱 맞는 맞춤형 항암 전략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윤기준 교수는 “이번 성과는 오가노이드가 실제 환자의 치료 반응을 고스란히 투영하는 정밀의료 플랫폼임을 입증한 것”이라며 “현재 100명 이상의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를 추가로 확보 중이며, 향후 혈관 및 면역세포와의 상호작용까지 구현한 ‘복합 오가노이드 모델’을 개발해 면역치료·세포치료 등 차세대 치료법까지 사전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