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승용 보령시장 당선인, ‘서윤이 조례’ 1호 추진
지난 5월 보령시 아파트 단지서 6세 여아 사망 사고 계기 유가족 청원 전격 수용… “사각지대서 또 다른 희생 없어야”
[충청뉴스 보령 = 조홍기 기자] 민선 9기 보령시 첫 번째 입법 과제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교통안전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이른바 ‘서윤이 조례’ 제정이 추진된다.
지난 5월 보령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망사고를 계기로, 정작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생활 공간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조치다.
엄승용 보령시장 당선인 준비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5시 준비위 사무실에서 故 이서윤(6) 양의 어머니와 조부모 등 피해자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아파트 단지 내 교통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정적·제도적 예방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보는 선거운동 기간 중 서윤 양의 빈소를 찾아 “안전한 보령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엄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지방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강력한 실천적 행보로 풀이된다. 엄 당선인은 향후 개최될 시장 취임식에도 서윤 양의 가족을 초청해 뜻을 기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는 지난 5월 18일 오후 5시 51분께 발생했다. 보령시 소재 A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이서윤 양이 SUV 차량에 치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현장 조사 결과, 놀이터와 횡단보도 주변에 늘어선 불법 주차 차량들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렸고, 아이들 역시 이 차량들 사이로 갑자기 걸어 나올 수밖에 없는 위험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윤 양의 어머니 이선영 씨는 간담회에서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라고 믿었던 집 앞, 놀이터 앞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아파트 단지 내에 주차금지 고깔(라바콘)이 설치되고 어린이보호구역 안내 표지판이 세워지는 등 보령시와 아파트 관리 주체의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깊은 안타까움과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현장을 목격했던 서윤 양의 할아버지는 “죽정동을 비롯해 보령 시내에는 지상으로 차량이 통행하는 노후 아파트가 많아 아이들의 통행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며 일회성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제도적 보호 장치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유가족의 목소리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유가족들은 “사고 이후 가해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어린이 생명을 앗아간 운전자에 대한 처벌 법률과 제도가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이번에 발의되는 ‘서윤이 조례’는 현행법상 일반 도로의 스쿨존과 달리,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사유지에 해당해 안전기준과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허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윤 양의 어머니가 엄 당선인에게 전달한 청원을 바탕으로 마련될 조례안에는 네 가지 핵심 안전대책이 명시될 전망이다.
첫째,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안전 구역 지정’을 통해 놀이터, 가정어린이집, 통학로 주변에 안전표지판, 노면표시, 반사경, 조명 설치 등을 예산으로 지원한다. 둘째, ‘횡단보도 주변 시야 확보 의무화’를 통해 횡단보도 전후 일정 구간의 주정차를 절대 금지하고, 볼라드(차량 진입 차단봉) 설치 등을 통해 불법 주정차를 물리적으로 차단한다. 셋째, ‘속도 저감시설 확대’로 어린이 활동 공간 주변에 고원식 횡단보도와 과속방지턱 설치를 의무화하며 단지 내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권고한다. 끝내 넷째, ‘정기 안전점검 제도 도입’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의 어린이 교통안전 사각지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유사 사고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엄승용 당선인은 유가족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가족의 큰 비보를 가슴에 안고 열심히 일하겠다. 서윤이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 의미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관련 안전대책과 조례 제정안을 신속히 검토해 민선 9기 보령시의 최우선 과제로 처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