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내면 그만?...대전 A 예식장, 고발·강제금에도 '배짱 영업'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대전의 한 예식장이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에도 불구하고 불법 영업을 강행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업체는 불법 영업으로 얻는 수익이 행정 처분으로 인한 벌금보다 많다는 점을 악용해 ‘버티기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대전시와 대전서구청 등에 따르면 대전 서구 월평동 인근에 위치한 A 예식장은 지난해 5월 관할 지자체로부터 ‘문화 및 집회시설(공연장)’로 정식 건축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영업 개시 이후 허가 취지와는 달리 정식 신고 없이 ‘예식장’으로 용도를 무단 변경해 불법 영업을 지속해 왔다.
이에 따라 서구청은 지난 4월 현장 단속을 통해 해당 업체의 불법 용도 변경 및 영업 행위를 최종 확인하고 건축주 등을 대상으로 경찰 고발 조치와 함께 수천만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구청의 이 같은 최고 수위 행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식장의 주말 불법 영업은 멈추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불법 건축물이나 용도 변경에 대해 고발과 이행강제금 부과 외에 강제로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즉각 철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업체 측은 대형 예식 영업을 통해 얻는 이익이 일회성 이행강제금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노려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배짱 영업을 이어가는 공공연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러한 불법 운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에도 지역 예식장 34곳 중 8곳이 편법, 불·탈법 건축물 용도 변경 등으로 적발된 바 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예식 업계의 고질적인 불법 행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해당 업체는 불법 영업을 지속하는 와중에 지난 3월 공연장에서 예식장으로의 허가사업 변경 신청을 대전시에 제출하며 사후 용도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대전시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이른바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심의의 구체적 조건은 예식장 진입로인 이면도로 상의 기존 노상 주차장 50여 면을 폐쇄하는 대신 52면 규모의 노외 공영주차장을 새로 개설해 서구청에 기부채납(무상귀속)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불법 주차 단속용 CCTV 설치 등도 조건으로 걸렸다.
문제는 이러한 심의 조건들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시점이 건물의 최종 ‘준공(사용승인)’ 단계라는 점이다.
민간 사업자가 정식 용도 변경 준공을 받기 전까지, 행정 절차가 진행되는 공백기를 틈타 벌어지는 불법 영업에 대해서는 교통 심의 부서 차원에서 강제로 제재할 법적 권한이나 정보가 전무한 실정이다. 제도적 허점을 틈타 업체가 합법화 조치를 밟는 시늉을 하며 배짱 영업을 지속할 통로가 열려 있는 셈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교통영향평가는 건축 인허가를 위한 수십 가지 절차 중 하나일 뿐, 대전시는 서구청의 요청으로 심의만 대행해 결과를 내려보낸 것"이라며 "해당 심의 결과가 충분한지 검토하고 최종 인허가 여부를 결정하며, 불법 영업을 관리·감독하는 모든 행정적 주체와 책임은 결국 관할 서구청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구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법적 고발과 행정 처분(이행강제금 부과)은 모두 완료한 상태"라면서도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영업을 강행하겠다는 업체 측의 행위를 현행법 체계 내에서 물리적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해당 사건은 서구청의 고발로 인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전시의 조건부 승인 결과가 서구청으로 환원됨에 따라 다음달 서구청 내부 관련 부서(교통과·건축과 등)의 최종 심의 및 인허가 검토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법을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꼴"이라며 "다중이용시설인 예식장이 무허가로 불법 운영되면서 소방 및 안전, 교통 혼잡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고 있는 만큼, 최종 인허가권을 쥔 서구청의 엄격한 법 집행과 함께 강력한 사법 처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