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여름철 장염의 복병 ‘캄필로박터’…항생제보다 원인 확인이 먼저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김광민 전문의

2026-06-23     이성현 기자
대전선병원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세균이 음식물에서 빠르게 증식하면서 장관감염증 발생이 증가한다.

특히 야외 활동과 외식, 단체 식사, 여행이 늘어나고 조리된 음식이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름철 장염 위험도 함께 커진다.

여름철 장염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향에 대해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김광민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여름철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세균성 장염 가운데 하나가 ‘캄필로박터균 감염증’이다.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주요 장관감염증이다. 주된 감염 경로는 충분히 익히지 않은 닭고기와 육류이며, 생닭을 손질한 손이나 칼, 도마를 통해 다른 음식으로 균이 옮겨가는 교차오염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캄필로박터에 감염되면 발열과 복통, 설사가 나타나고 일부 환자에서는 혈변이나 심한 경련성 복통이 동반된다. 복통이 매우 심하면 충수염과 같은 다른 복부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설사와 복통만으로는 캄필로박터 장염을 살모넬라, 시겔라, 병원성 대장균이나 바이러스성 장염과 구분하기 어렵다.

캄필로박터 장염이라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항생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건강한 성인의 경증 감염은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고열과 혈변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한 환자, 고령자, 면역저하자와 만성질환자에게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때 어떤 항생제를 선택하느냐도 중요하다. 캄필로박터균은 퀴놀론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원인균을 확인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면 기대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장내 미생물 환경을 흐트러뜨리고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설사 증상만을 보고 무조건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원인 병원체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멀티플렉스 PCR’ 검사가 감염성 장염의 원인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멀티플렉스 PCR은 한 번의 대변 검사로 캄필로박터균을 비롯해 살모넬라균, 시겔라균, 병원성 대장균, 비브리오균 등 여러 세균과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를 동시에 검사하는 분자진단 방법이다. 검사할 수 있는 병원체의 종류는 사용되는 검사 패널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 대변 배양검사는 살아 있는 균을 직접 분리할 수 있어 항생제 감수성검사와 역학조사에 중요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캄필로박터균은 배양 조건이 까다롭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멀티플렉스 PCR은 배양이 어렵거나 검출에 시간이 걸리는 병원체를 비교적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어 초기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PCR 검사에서 특정 병원체가 검출됐다고 해서 곧바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은 아니다. PCR은 병원체의 유전물질을 검출하는 검사이므로 환자의 증상과 중증도, 기저질환을 함께 고려해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 항생제 감수성 확인이나 집단발생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 배양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모든 설사 환자에게 멀티플렉스 PCR 검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증상이 가벼운 바이러스성 장염은 수분 보충과 휴식만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열이나 혈변, 심한 복통이 동반되거나 설사가 지속되는 경우, 면역저하 환자나 고령자, 중증 만성질환자에서는 적극적인 원인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름철 캄필로박터 장염을 예방하려면 닭고기와 육류를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생닭을 씻는 과정에서 물이 주변으로 튀면 조리대와 다른 식재료가 오염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생고기와 익힌 음식에 사용하는 칼과 도마를 구분하고, 생닭을 만진 뒤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적인 구토로 물을 마시기 어렵거나 혈변, 고열, 심한 복통, 소변량 감소와 어지럼증 등 탈수 증상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장염으로 여기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특히 고령자와 면역저하자에게는 장염이 균혈증 등 중증 감염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대전선병원은 환자의 증상과 위험 요인을 평가한 뒤 멀티플렉스 PCR과 배양검사 등을 적절히 활용해 급성 감염성 장염의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검사 결과만을 보고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중증도와 기저질환을 종합해 항생제 사용 여부와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여름철 설사는 흔하지만 그 원인은 모두 같지 않다. 증상은 비슷해 보여도 숨어 있는 병원체는 서로 다르고, 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정확한 진단은 더 많은 약을 쓰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만을 사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