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는 고맙습니다가 ‘아니다’

2006-06-28     편집국

이 동네(샌프란시스코) 살면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Thank you이다. 별로 고마울 것도 없는데 뭐 하나 하면 ‘Thank you’를 들으니 처음엔 내가 대단해 보여 뿌듯했다. 나중엔 Thank you라는 말을 듣지않으면 찝찝한 기분이어서, 뭔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뒷사람 나가라고 살짝 자리를 비켜줘도 미소지으며 Thanks, 뉴욕의 김밥 옆구리 터지는 지하철에서 하차할 사람들에 밀려 옆으로 이동해도 Thanks란다. 그러니 동양여성들이 서양인들을 보며 매너 ‘짱’이라며 반할 만도 하겠다.

하지만 지난호에도 언급한 것처럼, 이곳 사람들은 철저히 개인플레이를 한다. 타고났다기보다 아무래도 환경 탓인것 같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초가집에서 나온 좁은 땅 동양은 서로 엉켜붙어 살아야 밥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인데 비해, ‘바다가 육지라면’이라는 거대한 라면의 꿈이 현실에 옮겨진 듯한 광대한 이 땅덩어리는 사람 볼 일 별로 없기에 아무래도 개인의 권리와 사고가 먼저 우선시 되는 환경적 토양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탓인지 몰라도 남에게 그다지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I am sorry”하듯, 그렇게 고맙지 않아도 가끔 볼 사람 기분나쁘지 않으라고 “Thank you”가 말끝마다 붙어 나온다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

개인적으로 느낀 바로는 “Thank you”는 우리의 “감사합니다”나 “고맙습니다”란 의미보다는 그냥 나오는 인사말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여하튼, 그윽한 눈빛으로 고마움을 지그시 나타내는 우리의 정적 표현은 서양인들에겐 “쟤가 왜 이상하게 쳐다보는 걸까?”하고 오해를 받아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사소한 일이더라도 “Thank you”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와야 매너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정말 고마울 땐 뭐라고 하나?
“THAN~~k, QOU”(떼에엥 큐유우) 하는 식으로 탱과 큐를 강력하게 발음한다.
서양인과 식사할 때 상대방이 숟가락을 놓아주면 가만히 있지 말고 간단히 “Thanks”하고 예쁜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주면 “THAN~~k, Qou”하면 여러분은 internationalized gentleman에 이미 한 발 들여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