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RAON’ 활용 첫 물리 성과 창출

2026-06-24     이성현 기자
다목적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거대 대형 기초과학 연구시설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이 마침내 본격적인 과학적 성과를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빔 인출과 시범운영 단계를 거쳐, 전 세계 핵물리학계가 주목할 만한 첫 번째 물리 연구 논문을 탄탄한 국내 기술과 분석 역량으로 완성해 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희귀핵연구단 한인식 단장 연구팀이 중이온가속기연구소(IRIS)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RAON을 활용한 첫 번째 물리 연구 성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Results in Physics’에 지난 8일 자로 게재 승인됐다. 이는 2023년 RAON의 빔 인출 성공 이후, 2024년 초기 이용자 빔 시범운영을 통해 얻은 원천 데이터를 기반으로 창출된 최초의 논문 성과다.

전 세계 핵물리학계에 RAON의 우수한 실험 인프라와 국내 연구진의 독보적인 데이터 분석·해석 역량을 증명함과 동시에 향후 희귀동위원소 연구의 본격적인 확장을 알리는 상징적인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핵물리학의 오랜 숙제 중 하나는 별의 진화 과정과 우주 원소의 생성 비밀을 핵반응 관점에서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핵이 충돌할 때 일어나는 산란 현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핵반응 모델(광학퍼텐셜)이 필수적이지만 기존 글로벌 모델들은 주로 고에너지 영역의 데이터에 치우쳐 구축됐다는 맹점이 있었다.

특히 원자핵 간의 반발력이 작용하는 '쿨롱 장벽' 근처의 저에너지 영역은 전 세계적으로 실험 데이터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모델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미개척 공백으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RAON에서 가속한 '아르곤-40(40Ar)' 빔을 활용해 수소 표적(양성자)과 충돌시키는 탄성산란 실험을 진행했다. 빔 에너지를 쿨롱 장벽 근처 저에너지 영역인 4.4, 5.9, 8.3 MeV/u(원자핵을 이루는 핵자 하나당 에너지를 나타내는 단위)로 세밀하게 변화시키며 실험을 수행한 결과 산란된 양성자의 각도와 에너지 데이터를 정밀하게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도출된 실제 실험 데이터를 기존의 글로벌 광학퍼텐셜(KD·PP 모델) 계산값과 비교 분석한 결과 기존 글로벌 모델들이 저에너지 영역의 산란 현상을 제대로 재현하거나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값을 바탕으로 해당 저에너지 영역에 딱 맞아떨어지는 '국소 광학퍼텐셜'을 새롭게 도출해 향후 핵물리 연구의 새로운 기준점을 학계에 제시했다.

이번 성과는 인프라를 지탱하는 빔 운전 기술과 기초과학 연구단의 분석 역량이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간 다학제 협력의 결실이다.

실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수소 표적이 빔의 가장 이상적인 초점 위치에 놓이지 않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으나 중이온가속기연구소 KoBRA 빔라인 연구진의 고도화된 전송 조건 최적화 조정을 통해 빔을 표적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해 냈다.

여기에 희귀핵연구단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고성능 실리콘 검출기 배열인 ‘ELARK’가 투입되어 거칠게 튀어나오는 양성자의 에너지와 각도를 오차 없이 포착해 냈다. 역운동학 조건에서의 핵반응 실험은 데이터 정규화와 산란 단면적 추출 과정에서 고난도의 분석 체계가 요구된다

연구팀은 2024년 여름 실험 직후부터 반응단면적의 에너지 의존성과 분산관계 조건 등을 2년에 걸쳐 정밀하게 교차 검증하여 논문의 물리적 신뢰성과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장석복 원장은 “RAON은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초대형 과학 영토이며 이번 첫 물리 논문은 라온이 본격적인 과학적 결실을 맺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첫 성공 경험을 장착한 RAON은 앞으로 희귀동위원소 빔을 활용해 더 다양한 핵종과 에너지 영역으로 연구의 영역을 확장, 핵천체물리학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초과학 거점으로 도약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