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기념 시낭송 콘서트 ‘6월의 봄, 詩로 잇다’
- 대전시낭송예술인협회와 변규리시낭송아카데미가 주최·주관 - 1부, 고귀한 희생, 詩로 잇다, 2부, 그리움, 사랑 詩로 잇다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제6회 호국보훈의 달 기념 시낭송 콘서트 ‘6월의 봄, 詩로 잇다’가 23일 오후 7시 국립한밭대학교 S5동 206호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대전시낭송예술인협회와 변규리시낭송아카데미가 주최·주관한 이번 행사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시와 음악의 깊은 울림을 통해 나라사랑의 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되었다.
행사장은 이른 시간부터 시낭송가와 지역 문화예술인, 그리고 감동의 순간을 함께하려는 수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가득 찼다.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좋은 글을 써주는 이벤트 행사-희망, 현실이 되다’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콘서트의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변하윤 사회자의 매끄럽고 따뜻한 진행으로 문을 연 행사는 변규리 대전시낭송예술인협회장의 환영사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변 회장은 “한 편의 시, 한 줄의 목소리로 기억하고 감사하며 다시 이어가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름 없이 쓰러져간 영웅들을 향한 깊은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하늘정원교회 김효성 담임목사는 당일 낭독될 시제들을 엮어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행사명인 ‘6월의 봄’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삼행시 축사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박희철 라이온스 전 총재는 시대를 위로하는 시낭송 회원들의 노고를 격려했고, 최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최옥술 의원은 “시를 지켜보며 세 차례나 눈시울을 붉혔다”며 청소년 인성교육 현장에서의 시낭송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본격적인 공연은 호국과 민족의 아픔, 그리고 애절한 조국애를 풀어낸 1부 무대로 시작되었다.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박미애 낭송가는 문병란 시인의 ‘직녀에게’를 통해 분단과 이별의 슬픔을 애절하게 토해냈고, 뒤이어 최형순 낭송가는 심훈 시인의 ‘그날이 오면’을 터질 듯한 격정으로 낭독하며 조국 광복을 향한 뜨거운 염원을 무대 위에 재현했다.
이어지는 축하 공연에서는 테너 김정규가 무대에 올라 ‘그리운 금강산’과 ‘뱃노래’를 폭발적인 가창력과 깊은 감성으로 가창하며 객석을 압도했다.
가볼 수 없는 북녘 땅에 대한 그리움과 우리 민족 특유의 힘찬 기상이 성악의 선율을 타고 전해지자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금순 낭송가는 시베리아 벌판에서 한민족의 영혼을 지켜온 역사를 담은 자작시 ‘고려인’을 묵직하게 낭독해 숙연한 감동을 안겼다.
뒤이어 송석동 낭송가는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강인하고 기개 넘치는 목소리로 뿜어냈으며, 송은채 낭송가는 김소월 시인의 ‘초혼’을 통해 떠나간 이를 향한 사무친 슬픔을 애절한 목소리로 절창해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1부의 대미는 변규리 회장의 한용운 시 ‘님의 침묵’ 낭송과 색소포니스트 김연옥의 연주가 장식했다. 변 회장의 깊이 있는 음색이 객석을 적신 후, 김연옥 단장의 애잔한 색소폰 선율로 재해석된 김소월의 ‘개여울’과 관객의 앵콜 요청으로 이어진 ‘고맙소’ 연주가 울려 퍼지며 감동의 깊이를 더했다.
2부는 영령들을 향한 기억을 넘어 우리 삶을 보듬는 위로와 회복의 무대로 꾸며졌다. 첫 문을 연 김명희 낭송가는 강우식 시인의 ‘어머니의 물감상자’를 통해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따뜻한 서사로 그려냈고, 종수진 낭송가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정성스럽게 낭독하며 한 사람이 찾아오는 일의 경이로움과 인간에 대한 깊은 환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콘서트의 백미 중 하나는 즉석에서 이루어진 관객 참여 무대 ‘나도 시낭송가’ 이벤트였다. 청주와 유성, 천안 등 각지에서 온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 참여했으며, 김재진 시인의 ‘풀’,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 나태주 시인의 ‘선물’ 등의 시를 진솔하게 낭독했다.
비록 전문가처럼 매끄럽지는 않더라도 상처를 향기로 승화시키는 풀처럼, 타인을 먹여 살린 흔적을 별로 바라보는 나뭇잎처럼 담담하게 낭독한 관객들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울림이 되어 감동을 더했다.
이어 지역 문화예술 공동체인 ‘하모니 싱어즈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이수인 곡 ‘내 마음의 강물’과 송창식 곡 ‘우리는’을 선사했다. 단원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과 따뜻한 하모니는 바쁜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았다.
마지막 무대는 사랑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순서였다. 이유진·최영대 낭송가는 작가 미상의 ‘천년사랑’을 정교하고 아름다운 호흡의 합송으로 선보이며 변치 않는 순수한 사랑을 노래했다.
이어 변규리 회장이 다시 무대에 올라 신달자 시인의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를 마지막 작품으로 낭송했다.
지난 삶의 허물과 욕심을 내려놓고 세상 모든 인연을 용서와 사랑으로 품어안는 고백의 언어들이 변 회장의 목소리를 통해 객석 구석구석에 스미자, 많은 관객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와 회복의 기적을 경험했다.
공연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 사단법인 온누리 청소년문화재단 김기복 이사장의 격려사와 함께 변규리시낭송아카데미 수강생들을 위한 깜짝 지도사 자격증 수료식이 진행되어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이날 1급을 수료한 박미애, 최형순, 이금순 낭송가와 2급을 수료한 김명희, 송은채, 최성희 낭송가는 향후 교육 현장과 시니어 그룹 등에서 문화예술을 통한 치유와 인성교육의 주역으로 활동할 것을 예고해 큰 격려를 받았다.
행사에 참석한 부여문인회 김인희 사무국장은 “여름으로 달리는 길목에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며 “한 편의 시와 시낭송이 주는 울림이 가슴 벅차게 다가왔고, 이런 훌륭한 예술적 깊이를 지닌 변규리 교수님을 우리 문인회의 자문위원으로 모시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큰 자랑으로 다가온다”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주최 측은 관객들이 전해준 소중한 후원금을 사회 곳곳에 시와 사랑의 마음을 나누는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하며 단체 사진 촬영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단순한 문학 행사를 넘어 보훈의 가치를 격조 높은 문화예술로 승화시키고 시민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 이번 콘서트는, 대전·충청 지역을 넘어 우리 사회에 따뜻한 연대의 가치를 일깨운 뜻깊은 축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