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기술 개발 착수

2026-06-25     이성현 기자
인간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인간의 뇌 신호로 로봇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 로봇이 외부 세계와 접촉하며 느끼는 촉각과 힘을 인간의 뇌로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꿈의 인터페이스’ 개발이 국내 연구진 주도로 시작됐다.

영화 아바타나 써로게이트처럼 인간과 기계가 감각과 의도를 실시간으로 완벽히 공유하는 양방향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구현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이 외골격 로봇 전문 기업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에 선정돼 세계 최초의 양방향 ‘Brain-to-Robot(뇌-로봇 인터페이스)’ 시스템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는 2032년 12월까지 총 6년 9개월 동안 이어지며 상용화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개발을 목표로 한다.

연구책임자인 공경철 교수는 장애인 보조 웨어러블 로봇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국제 사이배슬론 대회를 2회 연속 제패한 주인공이다. 공동 연구를 맡은 김정 교수는 인간의 피부처럼 감각을 인지하는 ‘로봇 피부’ 기술로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대가다.

두 석학의 만남과 KAIST 내 전방위 융합 드림팀의 가세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및 로봇 시장의 지형도를 바꿀 독점적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뉴럴링크(Neuralink)나 싱크론(Synchron)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선보인 기존의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뇌파를 읽어 모니터의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등 단방향 제어 중심이었다.

뇌 신호 해독 기술 자체는 발전했으나 그 신호가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무엇을 움직이고 어떤 감각을 돌려받을지에 대한 명확한 연결 고리가 없었다.

Brain-to-Robot 플랫폼은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사용자가 움직이고자 하는 행동 의도를 대뇌피질 전극을 통해 읽어내어 전신형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는 동시에, 로봇이 발바닥과 관절로 느끼는 지면 반력(바닥이 발을 밀어내는 힘), 관절 토크(회전력), 미세한 촉각 정보를 역으로 뇌에 전달하는 완전한 양방향 폐루프(Closed-loop) 시스템이다.

이처럼 전신 외골격 로봇의 구동과 신체 감각 피드백을 모두 아우르는 완전한 형태의 양방향 인터페이스 시스템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구현 및 보고된 사례가 없는 초고난도 영역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KAIST 연구팀은 뇌 인터페이스의 핵심 원천 기술 개발을 주도한다.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외골격 로봇의 동역학적 제어와 인공지능(AI) 기반 동작 의도 디코딩(해석) 기술을 담당하며, 로봇 센서가 감지한 복합 감각 정보를 뇌 신호 처리 반도체(Brain Chip)로 왜곡 없이 전달하기 위한 체성감각 인터페이스 설계의 핵심을 맡았다.

김정 교수 연구팀은 사지마비 장애인의 감각을 완벽히 대신할 인간 친화형 로봇 피부를 개발하고, AI 기반 체성감각 인코딩(변환) 알고리즘을 구축한다.

가장 도전적인 기술 과제는 시간 지연의 최소화와 신호의 정밀도다. 뇌에서 발생하는 수백 개 채널의 피질 신호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로봇을 즉각 움직이게 하면서, 로봇이 느끼는 감각 정보를 인간의 신경계가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초고속으로 인코딩해 뇌로 쏘아주어야 한다.

연구팀은 뇌와 로봇 사이의 지연시간을 극한으로 줄여 안정적인 실시간 순환 제어 구조를 유지하는 AI 신호처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척수 손상이나 사고로 온몸이 마비된 환자가 병원 침상을 벗어나 실제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걸어 다니고 손으로 물건을 집어 올리며, 손끝으로 전해지는 물체의 온기와 질감까지 고스란히 느끼는 기적이 가능해진다.

단순 연구실 단회의 성과에 그치지 않도록, 연구팀은 기술 개발 초기부터 철저한 상용화 트랙을 병행한다.

공경철 교수가 창업한 코스닥 상장 기업 ㈜엔젤로보틱스가 실제 로봇 플랫폼 제작과 사업화를 전담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획득부터 실제 의료 및 재활 현장 보급까지 전주기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뇌 신호 데이터 보호를 위한 강력한 사이버보안 체계 구축, 장기 안전성 유효성 검증, 뇌-기계 융합에 따른 윤리적 수용성 검토 등 글로벌 표준 규격에 맞춘 위험관리 시스템도 함께 설계된다.

KAIST가 세계 최고난도 융합 기술인 이번 과제를 선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학교 전체에 포진한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 자산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과제에는 기계공학과 외에도 인공지능, 반도체, 뇌과학을 아우르는 최정예 교수진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

의도 인식 및 제어 분야에서는 박형순 교수의 웨어러블 재활 로봇 의도인식 인터페이스 기술과 조성호 교수의 AI 기반 뇌신호 해석 알고리즘이 투입된다. 초저전력 반도체 및 무선 통신 부문은 이지훈 교수의 초저전력 바이오·뉴럴 인터페이스 회로 기술 및 무선 신경 신호 계측 기술, 제민규 교수의 차세대 신경인터페이스용 AI 반도체 집적회로 연구가 뒷받침한다.

정밀 소자 및 신경 자극 영역은 이현주 교수의 초소형 멀티모달 신경 전극 기반 고해상도 측정 기술과 정재웅 교수의 고정밀 뇌신호 계측 및 신경자극 기반 뉴로엔지니어링 연구가 결합되어 시너지를 낸다.

이광형 총장은 “이번 과제는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을 필두로 로봇, AI, 반도체, 신경과학 등 KAIST가 가진 독보적인 최첨단 원천기술들이 집약된 글로벌 이정표”라며 “학문적 성과를 넘어 인류의 삶을 바꾸고 미래 첨단 의료기기 산업을 선도할 차세대 혁신 기술을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