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버티는 세종시, 기금마저 고갈 위기 최악의 재정위기 직면
- 시정 5기 구원투수… "제로베이스 구조조정·보통교부세 정률제 추진" - "책임 공방 아닌 정상화의 시작… 민생 예산은 사수"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세종특별자치시가 단층제 행정구조의 한계와 부동산 경기 침체, 필수 지출 급증이 맞물리며 출범 이후 최악의 구조적 재정위기에 직면했다.
시정 5기 출범을 앞둔 세종시장직 인수위원회는 현재의 비상 재정 상황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면적인 세출 구조조정과 보통교부세 법정률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재정 혁신 방향을 발표했다.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의 박성수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세종시가 자구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전례 없는 재정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며, 이번 발표가 특정 시정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 실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재정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취지임을 강조했다.
인수위가 공개한 세종시의 재정 현황을 보면 고질적인 세입 취약과 세출 경직성이라는 이중고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세종시의 재정규모는 2조 3,536억 원으로 지난 2021년의 2조 8,501억 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시 자체 세입의 핵심인 취득세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2021년 3,338억 원에서 올해 1,421억 원으로 5년간 57%나 폭락했다.
이전재원인 보통교부세 역시 올해 1,203억 원에 불과해 동일한 단층제 광역지자체인 제주도의 6.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를 주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세종은 31만 원, 제주는 278만 원으로 9배의 격차를 보인다.
반면 지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재정 압박을 더하고 있다. 인건비와 복지비 등 의무지출 비중은 2021년 56%에서 올해 72%까지 급증한 반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량지출 비중은 44%에서 28%로 대폭 축소되어 재정 경직성이 극에 달했다.
국가로부터 이관받은 117개의 대규모 공공시설물 유지관리비는 2015년 486억 원에서 올해 1,200억 원을 넘어섰고 2030년에는 1,828억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당장 공원과 산책로의 풀을 제때 깎지 못할 정도로 기본적인 도시 관리마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만성적인 세입 부족이 이어지자 세종시는 지방채와 기금에 의존하며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하반기에만 1,000억 원 이상의 재원 부족이 예상되어 736억 원의 지방채를 신규 발행할 예정이며, 최후의 보루인 통합재정안정화기금마저 끌어다 쓰면서 올해 말 예산 잔액은 24.3억 원으로 사실상 고갈 위기에 처했다.
그 결과 올해 세종시의 총 채무 규모는 5,248억 원에 달하며, 채무비율은 재정주의단체 지정 기준인 25%에 근접한 22.30%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위는 이 같은 구조적 재정 절벽을 돌파하기 위해 강력한 긴축 운영과 제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시정 5기 출범 즉시 시 본청과 산하기관의 모든 재정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한다. 유사하거나 중복된 사업은 과감히 통폐합하고, 여기서 절감된 재원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부문에 재배분하여 예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또한 상설 재정안정화 T/F를 가동해 내부 지출을 엄격히 정비하고 혁신 과제를 지속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다.
세입 구조의 체질 개선도 병행한다. 부동산 취득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행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단지 조성과 적극적인 기업 유치를 통해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중심의 안정적인 자체 세입 기반을 확충하기로 했다.
향후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취득세 수입이 개선될 경우에는 이를 지방채 원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충당하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근본적인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 및 국회와의 공조도 강화한다. 현재 세종시법에 규정된 재정특례 방식은 세입 여건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안정적으로 연동해 확보하는 법정 정률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비보조사업 보조비율 가산제 도입과 대규모 공공시설물 유지관리비의 국비 지원 등을 정부와 본격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박성수 부위원장은 매서운 긴축 재정 기조를 예고하면서도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민생 예산만큼은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재정 실태 공개는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온전한 행정수도 세종을 완성하기 위한 재정적 도약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시민사회와 언론의 적극적인 이해와 성원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