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수소·암모니아 핵심 촉매 형성 메커니즘 소개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미래 청정에너지이자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꼽히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훨씬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생산·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귀금속 촉매 제조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값비싼 루테늄 촉매 입자가 산화물 표면에 스스로 형성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국내 연구진이 원자 수준에서 규명해 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서강대학교 김현정 교수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호일·권덕황 박사 연구팀과 결정 내부에서 생겨나 표면으로 자라는 선형 결함인 ‘전위(dislocation)’가 루테늄 금속 원자를 직접 실어 표면까지 운반하는 운반체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최근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로 전 세계적인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친환경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활용 기술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의 확실한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료전지나 수소 생산 등 친환경 기술에는 백금, 루테늄 같은 귀금속 촉매가 필수적이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고 시간이 지날수록 촉매 입자가 뭉치거나 떨어져 나가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 원자를 산화물 결정 속에 미리 심어두었다가 수소 환원 과정을 통해 표면으로 스스로 나오게 해 단단히 박히도록 만드는 ‘엑솔루션(Exsolution, 용출)’ 기술이 차세대 대안으로 각광받았다. 루테늄은 암모니아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촉매다.
하지만 금속 원자가 촘촘한 결정 깊은 곳을 어떻게 뚫고 표면까지 이동해 나노 입자를 형성하는가의 근본적인 이동 메커니즘은 과학계 오랜 난제로 남았다.
이에 연구팀은 루테늄을 첨가한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입자를 모델로 삼아, 위상이 일치하는 X선을 이용해 나노 결정 내부의 미세한 뒤틀림을 3차원으로 시각화하는 ‘결맞은 X선 회절 영상 기법’과 물질의 미세 결함 구조를 판별하는 ‘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을 결합해 가혹한 수소 환원 분위기 속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정밀 관찰했다
실험 결과 금속 촉매 입자가 산화물 표면으로 나오기 전 내부에서 원자 배열이 국부적으로 어긋나 선 형태로 나타나는 물리적 결함인 ‘전위’가 먼저 생성돼 표면 쪽으로 자라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전위의 종류 중 하나인 ‘혼합형 전위’의 끝단에서 전체 표면 루테늄 나노 입자의 약 75%가 집중적으로 형성되는 현상이 포착됐다.
가장 결정적인 발견은 이 혼합형 전위가 단순히 멈춰 있는 구조적 결함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위가 표면을 향해 성장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주변부에 있던 루테늄 원자를 자석처럼 끌어당겨 함께 실어 나르는 강력한 ‘운반체’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기존 학설에서는 금속 원자가 결정을 구성하는 원자들 사이의 좁은 틈을 격자 확산을 통해 느리게 통과해야 하므로 높은 열에너지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봤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전위가 스스로 성장하며 주변부의 원자 이동을 폭발적으로 촉진함으로써, 루테늄 원자들에게 표면으로 가는 일종의 ‘고속도로’이자 ‘지름길’을 제공한다는 새로운 물리적 법칙이 밝혀졌다.
촉매 입자가 표면에 우연히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재료 내부 결함의 역동적인 성장과 정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완벽히 입증한 셈이다.
이번 성과는 기존 연구들이 단순히 촉매 입자가 용출되는 현상 자체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원자 수준에서 ‘왜, 어디서, 어떻게’ 촉매 나노 입자가 형성되는지를 명확하게 밝혀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차별성을 가진다.
결함의 밀도와 종류를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만 있다면 촉매 입자의 크기와 분포를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루테늄 나노입자는 수소를 액체 형태로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소재다.
이번에 확립된 전위 기반 엑솔루션 제어 원리가 실용화된다면 수소·환경·에너지 전반의 촉매 분야에 적용 가능한 범용 설계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실용화를 위한 핵심 과제는 이러한 전위 밀도와 분포를 대면적·대량 양산 공정에서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확립하는 것이다.
김현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알아낸 원리를 활용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에너지 밸류체인과 극한 환경에서도 버티는 고내구성 촉매 개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물질 시스템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