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총장의 최대 경쟁자는 역사...이정표 남기고 아름다운 이별
배충식 차기 총장 등 학내외 축복 속 이임식 개최 ‘1랩 1창업’이 일군 기적…568개 벤처 배출·가치 22조 돌파 및 글로벌 우수 인재 지원 2배 ‘폭발’ 역대 최대 1.6조 예산 확보, 국내 최초 AI대학 신설부터 단독 기부 3296억까지…미래 과학기술 인프라 완성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 대학’이자 ‘괴짜들의 놀이터’로 체질을 개선한 제17대 이광형 총장이 5년간의 혁신 임기를 마치고 공식 이임했다.
프랑스 INSA Lyon 박사 출신으로 1985년부터 KAIST 강단에 선 이 총장은 교학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총장에 취임한 후 대한민국 과학기술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독보적인 성과를 남기며 화려한 발자취를 마감했다.
KAIST는 2일 오전 제17대 이광형 총장의 이임식을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김명자 이사장, 신성철 전 총장, 배충식 신임 차기 총장을 비롯해 학·처장, 교수·학생·직원 대표 등 학내 주요 구성원들과 지역 사회를 이끄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는 개식과 국민의례, 내빈 소개를 시작으로 이 총장의 인사말씀, 송별사, 헌정 영상 시청, 감사패 및 꽃다발 증정,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됐으며 오찬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이임식은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KAIST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실시간 생중계됐다.
이광형 총장은 이날 단상에 올라 특유의 온화하면서도 힘 있는 어조로 마지막 소회를 전했다.
이 총장은 이임사에서 “KAIST 총장의 직무는 ‘역사와의 대화’를 하는 자리이며 최대 경쟁자는 역사였다”며 “책상 위에 10년 후 달력을 놓고 일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하는 일은 대한민국을 바꾸는 일이라 생각하며 일했고, ‘된다고 믿으면 이미 된 것이다’라는 말처럼 추진한 것들이 거의 모두 이뤄졌다”며 구성원과 기부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식이 끝난 후 단체사진 촬영땐 이 총장과 학생들, 그리고 수많은 학내외 내빈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이광형 총장의 재임 기간은 한마디로 ‘도전과 혁신의 연속’이었다.
그는 취임 일성부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을 강력히 주문하며, 국내 대학 최초로 ‘실패연구소’를 설립하고 질문과 토론 중심의 수업을 전격 확대했다.
프랑스 정부 레지옹 도뇌르 훈장(2025) 수훈 및 국회의장 공로장(2020) 등을 수상한 그의 탁월한 리더십과 독특한 교육 철학은 대학 문화를 송두리째 바꿨다.
이 철학은 상상치 못한 수치적 성과로 증명됐다. 이 총장은 ‘1랩(연구실) 1창업’ 비전을 선포하고, 교원 창업 승인 절차 간소화와 보수 불이익 등 독소조항을 전면 폐지했다.
학생들에게는 창업 휴학을 무기한 허용하고 창업 학점(18학점)을 부여했다. 그 결과 재임 기간 동안 무려 568개의 창업기업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 엔젤로보틱스 등 20개 이상 기업이 상장에 성공했으며 이들이 만들어낸 누적 기업가치만 22조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엔비디아의 투자를 유치한 '포인투테크놀로지', 기업가치 3,500억 규모로 성장한 '파네시아' 등이 대표적 딥테크 창업 사례다.
글로벌 경쟁력과 대학의 인기도 수직 상승했다.
이공계 가치 재조명 속에 학사과정 수시 지원자는 2023학년도 3678명에서 2026학년도 6991명으로 1.9배 급증했으며, 대학원 과정 외국인 지원자 역시 같은 기간 1045명에서 2205명으로 2.1배 폭발적으로 늘어나 KAIST의 연구·교육 역량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재임 동안 이뤄진 미래 학문 지형 개편과 재정 확보 역시 역대급이다.
이 총장은 2025년 12월 국내 최초로 통합 기술 체계를 갖춘 ‘AI대학’을 전격 신설해 Post-AI 시대의 이정표를 세웠으며 양자·공학생물학·메타버스 등 다학제적 교육을 수행하는 'Dynamic 학사조직'을 대거 도입했다. 과학기술에 따뜻한 시선을 더하기 위해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를 신설하고 KAIST 미술관 건립, AI철학연구센터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국가 전략기술 유치를 위해 반도체공학대학원, 양자대학원 등을 신설했으며 평택 차세대 반도체 캠퍼스와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 세종 이노베이션 캠퍼스로 이어지는 광역 거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케냐과학기술원(Kenya-AIST) 캠퍼스 완공을 통해 KAIST 모델을 글로벌로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과기정통부와 협력해 'InnoCORE 연구단'을 출범시키며 포닥(박사후연구원) 중심 대학으로의 전환도 이뤄냈다.
이 모든 혁신을 뒷받침한 것은 탄탄한 재정이었다.
이 총장은 2026년 기준 전년 대비 17.2% 증가한 1조 6089억 원의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확보했다. '1일 1억원 기부금 유치' 약속을 지키며 재임 기간 중 총 3296억 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했다.
이는 KAIST 기관 전체 누적 기부금의 무려 35%에 달하는 액수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542억 원),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300억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200억원) 등의 고액 기부가 이어졌으며 재임 기간 중 메타융합관, 크래프톤빌딩 등 30개 건물이 완공되는 등 교육·연구 인프라가 전면 강화됐다.
이광형 총장은 “우리 KAIST는 우리만의 독특한 빛깔로 길을 개척하며 스스로에 대한 더 큰 믿음과 자신감을 가진 대학으로 성장했다”며 “훌륭한 배충식 교수님이 차기 총장으로 선임되셨기에 더욱 기대를 가지며 앞으로도 KAIST가 대한민국을 넘어 인류의 역사에 기여하는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