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온도 기반 DNA 합성’ 원천기술 개발

2026-07-07     이성현 기자
온도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복잡한 화학 시약 교체 과정 없이 오직 온도만 조절해 원하는 DNA 서열을 합성하는 원천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공학생물학대학원 최영재 교수 연구팀이 ㈜에이티지라이프텍, 이화여자대학교와 이 같은 쾌거를 이뤘다고 7일 밝혔다.

DNA는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은 설계도로 질병 진단과 신약 개발 등 첨단 바이오 기술의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기존 DNA 합성법은 네 가지 염기(A·T·G·C)를 연결할 때마다 화학 시약을 넣고 씻어내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해 수억 원 상당의 자동 합성 장비와 전문 연구 시설이 필수적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정 온도 구간에서만 머리핀처럼 접혔다 펼쳐지는 정밀한 ‘헤어핀 구조의 DNA 분자 스위치’를 독자적으로 설계했다.

서로 다른 온도에서 작동하는 여러 종류의 헤어핀 DNA를 하나의 시험관에 한데 넣은 뒤(One-pot), 온도만 순서대로 바꾸면 지정된 서열이 차례대로 합성되는 메커니즘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수많은 헤어핀 DNA가 섞인 환경 속에서 정해진 온도에 맞춰 원하는 DNA만 정밀하게 반응하도록 각 DNA 간의 열역학적 상호작용을 계산하고 연쇄 반응을 최적화하는 데 성공했다.

고가의 화학 시약 교체 공정을 누구나 조절하기 쉬운 ‘온도’라는 물리적 변수로 완전히 대체해 합성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연구팀은 원천 기술 실용성을 증명하기 위해 외부 전력 공급 없이 주변의 온도 변화 이력을 시간 순서대로 DNA 서열에 자율 기록하는 무전원 ‘DNA 온도 블랙박스’ 시스템을 구현했다.

기존의 유통용 온도 센서(RFID 등)는 배터리가 필요해 부피가 크고, 스티커형 센서는 단순히 일정 온도 이상 노출되었는지 여부만 보여줄 뿐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오래’ 노출됐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DNA 블랙박스는 평소 동결건조 상태로 보관하다가 배송 직전 물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기록 기능이 즉시 활성화(On)되는 압도적인 차별성을 갖췄다.

특히 일정 온도 이상에 노출되면 유통 과정의 변질 여부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색이 변하는 기능도 갖췄다.

이에 따라 상온 노출에 민감한 mRNA 백신, 세포치료제 등 고가 바이오 의약품은 물론 신선식품 새벽배송 등 저온 유통(콜드체인)이 필수적인 물류 산업 전반에 ‘DNA 안심 인증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고가 장비 없이 데이터를 DNA 분자에 기록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 시설에 머물러 있던 차세대 초고밀도 ‘DNA 메모리’의 상용화도 한층 앞당길 전망이다.

최영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화학 시약 대신 온도라는 직관적인 변수만으로 DNA를 합성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세계 최초의 원천기술”이라며 “바이오 기초 연구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는 것은 물론, 향후 감지 온도 구간을 더욱 정밀하게 고도화해 무전원 DNA 온도 블랙박스가 글로벌 콜드체인 물류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