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 ISO 총회서 국제표준화 성과 무더기 확보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과 산업계가 개발한 한의학 핵심 기술들이 대거 국제표준 공식 절차를 밟으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국제표준기획팀이 최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국제표준화기구(ISO) 전통의학 기술위원회 한의학 분과위원회 제1차 총회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표준안 5건의 차기 단계 진입을 확정 짓고 신규 표준 3건의 공동 개발권을 확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총회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19개국에서 160여 명의 전통의학 전문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해 국제표준 개발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 연구진이 참여한 핵심 표준안 5건이 전원 합의 및 투표를 통해 한 단계 높은 공식 표준 제정 절차로 진입했다.
가장 먼저 동국대 김영우 교수가 제안한 ‘DNA 바코드를 이용한 한약의 유전자 분석 일반요건’이 2단계인 작업초안(WD) 단계에 들어섰다. 한약재 기원의 오·혼용을 막는 이 기술은 향후 국가산업표준으로의 부합화와 한약재 감별 신뢰성 강화를 이끌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과제이기도 하다.
또 ㈜동방메디컬의 ‘일회용 도침’과 한의학연의 ‘설진기 시험방법’은 국가 의견을 수렴하는 3단계 위원회안(CD) 단계로 올라섰다.
특히 한의학연 이상훈 박사의 ‘경혈 전자약’ 기술보고서와 ㈜대요메디가 개발한 ‘진단정보를 위한 임상지식구조-2부: 맥’ 표준안은 최종 발간의 직전 관문이자 편집 의견을 조회하는 4단계 질의안(DIS) 단계 진입에 성공했다.
이는 향후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국내 인허가 규정을 글로벌 규격으로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쥐게 됐음을 의미한다.
전통의학 분야의 오랜 경쟁국인 중국과의 표준 주도권 싸움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은 중국이 제안한 행인(경희대 이경진 교수), 고삼(경희대 이경진 교수), 노회(한의학연 강영민 박사) 등 3건의 개별 한약재 품질 규격 신규 국제표준안에 대해 ‘공동 프로젝트 리더(co-Project Leader)’를 수임하기로 확정했다.
이를 통해 국내 유통 비중이 높은 한약재의 품질·안전성 기준 마련에 한국 산업계의 입장을 직접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철저한 자국 중심주의를 펼치려던 중국 측의 시도를 무력화한 외교적 성과도 돋보였다.
총회 중 국제표준 문서 내에 ‘한자(병음 포함)’를 공식 표기하자는 안건이 발의되자, 한국 전문가들은 일제히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대표단은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만을 공식 언어로 규정하는 ISO 작성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맞섰으며 특정 언어 문자의 추가 사용이 회원국 간의 보편적 이해와 일관된 적용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로 강력한 반대 의견을 피력해 결국 해당 안건을 보류시켰다.
고성규 원장은 “이번 성과는 한약재 품질관리부터 디지털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우리 기술을 세계 시장의 기준으로 안착시킬 대단히 중요한 분수령”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한의학계 및 산업계의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전통의학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