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경부고속철 지하화...결국 법정공방 예고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한남대학교 캠퍼스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경부고속철도 대전북연결선 선형개량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결국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지난 수년간 국가철도공단을 상대로 노선 재검토와 안전 대책을 요구해 온 한남대는 국책사업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법원에 공식 접수하고 공사중지 민사소송까지 예고하면서 정부와 대학 간 긴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9일 한남대에 따르면 대학 측은 국가철도공단이 일방적으로 강행 중인 경부고속철도 대전북연결선 사업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출 완료했으며 공사 집행을 즉각 멈추기 위한 ‘공사중지청구 소송’ 등 추가적인 민사 가처분 소송 역시 준비 중이다.
총사업비 4231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대전 신대동에서 오정동까지 5.15km 구간의 선형을 개량해 고속철도의 안전성을 높이는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다.
그러나 노선 설계안이 한남대 종합운동장 스탠드, 레슬링장, 테니스장, 재활용 분리장 등 주요 교내 교육시설을 통과해 철거한 뒤 지하 구간 190m와 개착 구간 310m 등 총 500m 구간으로 캠퍼스를 쪼개며 관통하도록 짜이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한남대는 법원에 제출한 소송 청구 사유를 통해 철도공단의 절차적 부당성을 강하게 성토했다. 대학 측은 ▲‘철도건설법’상 기본계획 변경고시 미이행 ▲‘국가재정법’상 사업타당성 재검토 절차 미이행 ▲의견 청취 절차 미흡 ▲지역 차별적 노선 결정 등을 짚었다.
특히 공단이 2006년 당초 ‘지상화’로 확정됐던 기본계획을 대학을 관통하는 대규모 ‘지하화’로 전면 수정했음에도 공식적인 변경 고시나 행정 절차를 누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상에서 지하로의 변경은 사업 방식과 토지 보상, 총사업비가 15.9% 증가하는 등 본질적인 변화인데 이를 설계 변경으로 치부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한남대는 “단 108초(1분 48초)의 운행 시간을 줄이기 위해 4000억 원 안팎의 막대한 국민 세금을 비효율적으로 쏟아붓고 6년간 제시한 대안을 무시한 채 실시계획을 확정 고시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며 기획예산처 예산낭비신고센터 신고에 이어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까지 예고했다.
대학 측이 법적 사활을 건 또 다른 핵심 이유는 학생들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사고’ 위험성이다.
현재 한남대를 통과하는 노선 예정지는 과거 농수로와 미나리밭이 위치했던 축축한 ‘습지대’로 기존 철도 구축 당시 흙을 쌓아 올린 대표적인 연약지반이는 설명이다.
대학 관계자는 “이러한 연약지반 지하로 고속철도가 전격 관통할 경우, 학내 체육관이나 운동장 스탠드 등 노후 건물의 심각한 균열과 지반 침하 붕괴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매우 크다”면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실제로 공단 측은 3년간 사업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9월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사 재개를 고시했고 갈등이 커지자 10개월이 지난 후에야 뒤늦게 주민설명회를 열어 논란이 됐다.
반면 국가철도공단은 이번 사업이 단순한 시간 단축용 투자가 아니라 2004년 개통 당시 임시로 만들어진 전국의 유일한 ‘미개량 안전 취약 구간’을 현대화하는 필수 생존 조치라며 사실관계 바로잡기에 나섰다.
급곡선 구간 운행으로 인한 궤도 결함과 마모 문제를 해결해야만 열차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미 2019년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를 통과해 타당성을 완벽히 검증받았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이후 제기된 ‘대전 조차장 경유 대안 노선’에 대해서도 기술 조사 결과 기존 급곡선을 그대로 남겨두어야 하는 치명적 한계가 있어 최종 배제됐다고 선을 그었다.
지반 침하 우려에 대해서는 “설계 단계에서 2D·3D 모델링 기법으로 안전성 검토를 끝냈으며 한남대 인접 구간은 별도의 지반 보강 계획을 수립했다”며 “공사 중 계측기를 설치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한남대와 공동으로 정밀안전진단을 수행해 학생 안전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하겠다”고 맞섰다.
반면 한남대 관계자는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근본적인 소음, 안전, 절차적 정당성에 흠결이 있다면 당연히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며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건물 붕괴 위험을 불식시킬 명확한 대안 노선이 나오지 않는 한 법정 투쟁과 범대학 반대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