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산 신선란 국내 최초 상륙… 마트 매대 메운 '백색란'
- 공급 감소에 선제 대응… 미국 넘어 '중남미'로 수입선 다변화 - 국내 '특란' 규격 충족… 철저한 위생검사 통과한 'A등급' - "소비자 물가 안정" vs "국내 농가 보호" 균형이 숙제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13일, 인천항의 한 보냉 창고 앞. 철저한 동물검역과 식품위생검사를 마친 컨테이너 문이 열리자 깔끔하게 포장된 백색란 박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인한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브라질산 신선란이 국내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이번 브라질산 계란 도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진하는 '계란 수급안정 대책'의 핵심 카트다.
최근 국내 계란 생산량은 조류인플루엔자의 여파로 다소 주춤한 상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조사에 따르면, 이달 일평균 계란 생산량은 4,900만 개로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다음 달(4,952만 개)과 9월(5,000만 개)을 기점으로 서서히 회복될 전망이지만, 정부는 수급 불안 요인을 뿌리 뽑기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미국 일변도'였던 기존 수입선을 다변화해 대외 리스크를 분산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브라질 당국과 검역 협상을 타결하고 수입위생요건 제정, 해외작업장 등록 등의 행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했다.
aT 상파울루지사는 현지에서 계란 생산량과 가격 동향, 물류 여건을 밀착 조사해 국내 수입업체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날 통관을 마친 브라질산 계란은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특란(XL)' 규격과 동급이다. 브라질 농축산부(MAPA)가 엄격하게 검증한 '백색란 A등급 Extra L' 규격으로, 개당 무게가 61.42g 이상인 우수 상품들이다.
유통 관계자는 "수입산이라고 하면 품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국내 검역법에 따른 까다로운 동물검역과 식품 정밀검사를 모두 완벽하게 통과한 안전한 계란"이라며 "과거에 수입됐던 미국산 백색란처럼 베이킹 수요나 식자재 시장은 물론, 일반 가정용 수요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브라질산 신선란 도입을 시작으로 북미, 중남미, 동남아 등 대륙별 수입선을 촘촘하게 구축해 놓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예기치 못한 AI 발생으로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되더라도, 즉각 대체 물량을 확보해 계란 대란과 그에 따른 '밀크플레이션(바탕 식료품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재욱 aT 수급이사는 현장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도 신규 수입국을 적극 발굴해 안정적인 계란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소비자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무분별한 수입이 국내 양계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수급이사는 "신선란 수입은 어디까지나 국내 양계농가의 상황과 전체적인 계란 수급 추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장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통관 절차에 들어간 브라질산 백색란이 고물가에 시름하는 식탁 물가를 잡는 실효성 있는 소방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